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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의 원인
화가 무엇인지를 철저히 꿰뚫어 알았다면 화의 원인을 이해해야 한
다. 화의 원인을 알아야 화를 소멸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마치 병
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처방전이 나올 수 있는 것과 같다.
어리석은 마음 기울임 때문에 화가 일어난다.
부처님께서는 화가 일어나는 원인을 대상에 어리석게 마음을 기울이
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어리석은 마음 기울임'은 지혜롭지 못하게 대
상을 이해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화가 날 때 대상 탓을
많이 한다. 남편 때문에 화가 난다거나, 직장 상사 때문에 화가 난다거
나, 세상의 부조리 때문에 화가 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똑같은 대상이 있어도 화를 내는 사람이 있고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대상 때문에 화가 일어난다고 할 수 는 없다. 그
럼에도 대상을 탓하는 것은 어리석은 마음 기울임 때문이다. 어리석게
마음을 기울이면 대상에 대해 화가 일어날 뿐만 아니라 화가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되어 그 대상에 대한 화는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러면 화
에 완전히 압도되어 자신이 쌓은 공덕을 모두 태워 버릴 수도 있다.
반면에 대상 때문에 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조건으로 내
마음에서 화가 일어난다고 본다면 그것은 '지혜로운 마음 기울임'이라
고 할 수 있다. 지혜롭게 마음을 기울이면 화에 휩쓸리지 않고 화가 일
어나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화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 화가 지
속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화를 꿰뚫어 아는 지혜가 계발된다. 화에 대
한 지혜가 계발되면 화는 저절로 버려지게 된다. 화 자체는 불선업이
지만 지혜로운 마음 기울임을 통해 화가 지혜를 계발하는 디딤돌이 된
것이다.
근본적으로 볼 때 세상이나 나에 대해 무상無常하고 괴로움苦이며
내가 아니라고 보는 것無我이 지혜로운 마음 기울임이며, 어떤 것을
영원하고 행복한 것이며 내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어리석은 마음 기울
임이다. 예를 들어 어떤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이 상황은 지금
이 순간의 일일 뿐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변하므로 이 또한 지나가는
무상한 것임을 이해한다면 지혜롭게 마음을 기울이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상황도 마음을 지혜롭게 기울이면 인내심과
지혜를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고난에 현명하게 대처하다 보
면 사람이 성장하게 되고, 이 괴로움이 어떤 과거의 원인에 의해 일어
났는지 깨닫게 되면 자기 문제를 고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왜 나에게 이렇게 괴로운 일이 생겼는지 한탄하고 분노
하면 상황의 부정적인 면에만 마음이 어리석게 기울어질 뿐 지혜가 작
동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 화가 나 있을 때는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할수록 싫은
점과 불만만 계속 떠오르게 되고 화는 점점 더 커진다. 그러나 화가 가
라앉은 상태에서 생각해 보면 그 사람과 행복했던 경험이나 좋은 면이
생각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화가 나 있을 때는 말, 행동, 생각 등 모든 것을 잠시 멈추는게
좋다. 화가 난 상태에서는 거칠고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기 쉽다.
부모가 자식을 나무랄 때 다 자식 잘되라는 좋은 의도로 한다고 말한
다. 하지만 화가 많이 난 상태에서 하는 훈계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
오기 보다는 상대에게 거부감과 상처만 주는 경우가 더 많다. 화가 난
상태에서 하는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이 되기 쉬워서, 지혜로운 해결책
을 낳을 수 없고 문제만 더 키우기 때문이다. 대처 방안을 찾으려 한다
면 화가 가라앉아 마음이 차분해진 후에 생각해야 한다.
욕망 때문에 화가 일어난다.
원하는 것이 많으면 불만족이 커진다. 많은 재물과 명예를 가지는 것
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이
러저러했으면 하고 아무리 바란다 해도 타인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 세상에 대해 이렇게 되어라 저렇게 되어라 원한다 해도 그대로 되
는 일은 거의 없다.
심지어 내 몸과 마음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늘 행복하기를 원해
도 마음은 쉽사리 불만족에 가득 차고, 늙지 않고 죽지 않기를 간절히
원해도 사람은 늙어 병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모든 일은 그 나름의 조건에 따라 일어나고 사라지고 있을 뿐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이렇게 되었으면'하고 원하는 바가
많을수록, 그리고 거기에 집착하는 마음이 클수록 좌절하고 분노하는
일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여름에 더운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무
더운 날씨도 그대로 받아들이 수 있지만 덥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집착
하기 시작하면 짜증은 더욱 커진다.
설사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서 욕망이 충족되었다 해도 그것은 잠시
뿐이고 변하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예전에 한 재산가가 말하기를, 먹
고 사는 데 지장 없고 돈도 적당히 있었을 때는 사는 것이 행복했는데
그 이상의 재산을 축적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돈의 노예가 되어
돈을 유지 관리하는 데 자신의 모든 인생을 허비하고 재산으로 인한
가족 간의 분쟁도 빈번했다고 한다. 권력을 추구하던 정치인이 국회의
원이나 대통령이 되었다 해도 몇 년이 지나면 그 힘은 사라지기 마련
이다.
세상 모든 것은 조건에 따라 일어났다 사라질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
은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탐욕과 성냄이라는 번뇌로 어리석게 대처한
다. 원하는 것이 많고 집착하는 마음이 클수록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불만족과 화가 많아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욕망을 충족시킴으로써 괴로움에서 벗어나려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괴로울 때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쇼핑을 하는 등 감각적 욕망을 즐기려 한다. 이것은 순간적으로 달콤
하고 행복하지만 계속 경험하고 싶은 중독성이 있어서 만족감을 느끼
지 못하고 끊임없는 갈증을 유발한다. 감각적 욕망이 클수록 그것이
사라질 때 오는 정신적인 괴로움인 화도 커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
각적 욕망은 화의 원인이지 화를 버리는 방법이 될 수는 없다.
부처님께서는 '화는 감각적 욕망의 다른 이름이다'라고 하셨다. 화가
일어나는 근원에는 항상 감각적 욕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
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화가 일어날 때 자신이 무엇에 집착하는지 스
스로에게 물어 보라. 자신이 무엇에 집착하는지를 분명히 이해하고 그
것을 내려놓으면 화는 저절로 버려진다.
자만 때문에 화가 일어난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만이란 내가 남보다 낫다거나, 나와 남이 동등하
다거나, 내가 남보다 못하다는 식으로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심리현
상을 말한다. 이렇게 나와 남을 비교하는 것도 화의 중요한 원인이 된
다.
예를 들어 집안, 학벌, 부, 외모, 지능, 성격 등에서 내가 남보다 낫다
고 생각하면 우월감을 갖고 상대방을 무시하게 된다. 이런 사람이 자
신보다 우월하거나 더 성공한 사람을 보게 되면 열등감이나 자괴감에
빠진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같이 기뻐해 주기보다는 질투하고 험담하
고 깎아내리기 십상이다. 더 나아가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해코지하려
는 악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모자란 점을 솔직하
게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불만을
가지고 자신을 학대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자신의 장점마저 사장시키
고 우울함이나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자만은 화가 일어나게
하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그릇된 견해 때문에 화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본것, 들은 것, 경험한 것, 배운 것, 숙고한 것들을
토대로 자신의 견해를 형성한다. 그런데 이런 견해들이 항상 옳지는
않다. 대부분의 견해는 여러 방면으로 철저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
다. 그럼에도 자신의 잘못된 견해에 대해 옳다고 집착하는 경우가 많
다.
자기 견해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은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하여 다
른 견해를 접할 경우 자신이 공격받는 것처럼 화를 낸다. 단지 자신과
다른 의견이 제시된 것일 뿐인데도 자신을 공격했다고 생각하고 자존
심이 상하여 화를 내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사람은 부처님의 가르침, 즉 법을 배우는 데도 장애가
많다. 법을 공부 할 때도 자기 생각과 잘 맞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 것은 불만을 표출하며 화를 내고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물이 가득한 잔에는 다른 물을 더 채울 수 없듯이 자기
견해 이외의 다른 견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의 어리석은 견해에 대해 고집하는 것을 '그릇된 견해'라고 하는
데 그릇된 견해도 화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업도 과보도 없다는 인과
부정론이 대표적인 그릇된 견해이다. 업은 반드시 과보를 가져오며 선
업과 불선업은 필연적으로 좋은 과보와 나쁜 과보를 이끌어 낸다. 하
지만 인과를 부정하는 그릇된 견해가 있으면 자신이 처한 어려움들을
자신이 지어 놓은 조건으로 보지 않고 세상과 주변 사람만을 탓하면서
분노를 표출한다. 이런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면 다른 사람에게도 엄
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또한 세상일은 이미 다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집착하는 견해인 숙
명론도 화의 원인이 된다. 현실이 너무 암울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면
무기력과 분노에 빠지게 된다. 요즘은 부모의 부의 정도에 따라 태어
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의 가능성이 없다
고 생각하는 경향이 만연하다. 실제로 요즈음 우리나를 보면 사회계층
이 고착화되어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것을 숙명론적인 견해로
보면서 집착하게 되면 세상에 대한 불만을 키워 나가기 대문에 화가
늘어갈 뿐이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나 조건이 영원한 것은 아니라고 지혜로운 마
음 기울임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도 곧 지나갈 것이라 믿고 지금 자신
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긍정적인 상황으
로 변할 것이다. 조건을 성숙시키면 결과는 올 수밖에 없다. 지혜로운
마음 기울임을 통해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
이다.
※ 조계종 출판사/ 화를버리는 방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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