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내용
<명상과 마음 알기>
1. 마음 작용 과정과 명상 작용 원리
명상을 잘하려면 먼저 명상이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명상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동시에 마음 작용의 과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명상이 구체적으로 작용하는 부위는 우리의 마음 공간이다.
마음작용의 원리를 알지 못하고서는 절대로 명상에서 진척을 이루지 못한다. 긴 형행이나 험한 산을 올라가더라도 가는 길과 길에 대한 정보를 알고 간다면 길을 잃고 헤매거나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 또한 시간도 헛되이 소비하지 않듯이 명상도 가는 길과 그 과정을 잘 알아야 한다.
명상에 있어서 마음 작용의 이해는 중요한 부분이다. 제일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다. 여러 이론들이 전해서 내려 왔지만 한결같이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수분이다. 우리가 주로 접하는 마음에 대한 지식은 서양에서 연구된 정신 분석에 관한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 뇌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뇌의 물리적인 기능과 정신 현상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씩 그 비밀이 벗겨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핵심적인 부분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명상과 직관력을 통래 아주 옛날부터 마음을 분석하고 이해해 왔다. 이제까지 연구된 현대의 의학과 지식과도 상치되지 않는다.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꼭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식을 기초로 마음 과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면 저절로 명상의 원리도 이해가 간다. 지금 자신의 상태와 미래 모습도 가늠하게 된다.
마음 작용에 대한 연구와 역사는 역시 인도 및 미얀마를 중심으로 그 주변국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ꡐ아비담마ꡑ라고 이름 하여 최근까지 활발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여기서는 아비담마의 내용을 기준으로 이해하기 쉽게 대략적인 개요 부분만 살펴본다. 이 마음 과정의 내용은 명상을 통해 대략적인 모습만 인신이 불가능하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인식 과정이 진행한다. 그것을 세밀하게 인식할 수 있는 자각력과 통찰력을 키우기는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미 연구되고 정설로 정해진 이론을 공부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나의 수행과 인신 과정을 가늠해 보면 된다.
*. 마음(citta)에 대한 설명
마음 작용, 또는 인식 과정을 이해하려면 크게 두 가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하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 마음의 성질과 작용을 담당하는 마음 부수, 즉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여러 요소다. 우리는 마음 자체와 마음의 작용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명상에서는 마음을 단순한 의식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여러 요소들이 가미돼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음을 이룬다고 한다.
마음의 특징은 우리 몸속 어딘가에 항시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이 아니다. 인식 대상이 있을 때 생겨나는 의식일 뿐이다. 대상이 없는 마음은 존재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마음은 대상이 있을 때만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이다. 그러나 살아 있으며 정신작용을 하는 모든 존재는 항상 어떤 인식의 대상을 취한다. 마음 또한 그 대상을 인식하며 끊어짐 없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다. 마음에 관심이 있다 해도 마음이 영속하는 어떤 정신적인 존재나 영혼의 작용이 아니라 대상을 인식하는 의식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접하면 사뭇 당혹스러워할 수 있다. 어쩌면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고 의지 작용과 판단, 사랑의 감정 등을 가지며 일관되게 한 인격을 형성하게 한다. 따라서 마음이라는, 육체를 지배하는 어떤 특별한 존재를 상정할 수밖에 없다.
명상을 통해서도 우리의 존재가 정신적, 물질적 현상뿐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난 뒤에야 마음에 대한 견해가 바뀐다. 이론적으로는 이 상황을 설명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마음을 대상으로 알아차리고 통찰하는 기능을 최대로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서 그 존재하는 모습과 성질을 대략적으로나마 보게 될 수 있을 때 이해가 간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통찰하면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쪽면만 있는 동전은 없다. 조각과 무늬가 없다 해도 반드시 짝을 이루는 반대 면은 존재한다. 마음 또는 정신도 그 자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을 알거나 보거나 듣거나 맛보거나 느끼거나 생각하면서 있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항상 무언가 마음의 내용을 채우고 있다. 이때 마음의 내용은 대상이다. 마음은 그 대상을 의식하는 어떤 것이다. 여기에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여러 요소가 가미돼 순수의식인 마음이 여러 성격을 보이는 것이다.
대상이 없는, 즉 내용이 없는 마음은 존재하지 못한다. 그 내용은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 대한 기억, 미래에 대한 생각, 이런저런 판단 및 추론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것들 또한 많은 정보가 농축된 정신적 신호에 불과하다. 이 신호를 인지하며 동시에 생기는 의식이 마음이다. 물리학에서 원자가 전자와 양성자, 중성자로, 짝을 이루고 있듯, 플러스 전기와 마이너스 전기가 만나 빛과 에너지를 만들어 내듯 대상과 그것을 인식하는 의식이 만나 마음이라는 것을 만들어 낸다. 대상과 인식하는 의식, 마음이 완전히 별개는 아니다. 대상을 인식하는 의식이 마음 그 차체다.
마음이 인식하는 대상으로는 시각적 대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억과 사유작용 등의 정신적 대상이 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잠재의식 속에서 발생하는 기억과 경험 등의 이미지를 대상으로 의식은 발생한다. 태어나 죽기 직전까지 한시도 끊이지 않고 이 흐름은 지속한다. 육체적 감각 대상은 지금 이 순간 발생하는 것이지만 정신적인 대상인 마음은 과거의 마음과 현재 일어난 마음도 대상으로 한다. 대상은 순간 생겼다 소멸한다. 그러므로 의식, 즉 마음도 순간 생겼다 소멸한다. 짧은 시간 수많은 생멸 작용이 이어지기 때문에 연속된 흐름처럼 느껴질 뿐이다.
대상이 순간 생겼다 소멸한다는 것은 외부 대상을 알 때 대상 그 자체를 아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감각기관과 신경을 통해 뇌로 들어온 신호들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죽 이어진 것이 아니다. 디지털 방식처럼 무수히 많은 순간순간 신호들의 연속체다.
아는 기능이 날카로워지면 이런 흐름이 실제로 파악된다. 감각기관에 접수되는 신호 또한 엄밀히 말해 디지털 신호, 즉 무수히 많은 극미 순간들의 연속체이다. 신경을 통해 그 정보가 뇌로 전달될 때도 호르몬을 분비시켜 뇌에 자극을 준다. 이 자극도 한 덩어리가 아니라 무수히 이어지는 산발적인 신호들이다. 형광등은 1초에 60번 깜박거린다. ꡐ잔상효과ꡑ라는 것이 있어 수명이 다돼 느릿하게 깜박거릴 때까지 우리는 육안으로 그 깜박거림을 인식하지 못한다. 감각적 신호는 1초에 수십만 번 깜박거린다. 평소 우리의 인식 능력으로는 알기 어려운 지경이다. 마음은 그 한번의 짧은 외부 신호에 대해 최대 17번 작용한다. 그러니 마음이 일어나는 속도는 얼마나 더 빠른가.
또한 마음은 한순간에 반드시 하나의 대상만을 가진다. 마음의 내용, 즉 마음이 인식하는 대상이 빠르게 변해 마치 보면서 듣기도 하고 먹으면서 생각도 한다고 알기 쉽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볼 때는 보는 마음만 있고 들을 때는 듣는 마음만 있다. 생각할 때는 생각하는 마음만 있다. 마음은 일어나 작용하는 속도가 워낙 빠르고 대상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작용을 이어간다. 마치 동시에 두세 가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여긴다. 손오공이 빛보다 빨리 움직여 서울에 순간 모습을 보이고 부산에 순간 모습을 보인다고 해 보자. 1초에 각 20번씩만 보여도 서울과 부산에 가가 있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마음의 속도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1초에 20번씩 동시에 수백 군데에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
. 하지만 아무리 많은 곳에 마음이 왔다 갔다 해도 정확히 한순간 하나의 마음만 있는 것이다.
마음의 또 다른 특징은 의식만 할 뿐 그 외에 어떤 작용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이 보고 듣고 알고 판단하고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아무 기능이 없고, 그냥 아는 의식 그 자체일 뿐이다. ꡒ마음이 작용한다.ꡓ고 할 때 작용하는 마음은 마음 부수의 역할 때문에 어떤 성질을 띠고 작용한다. 마음 부수는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로 52가지가 있다. 이에 관해서는 뒤에서 설명한다.
또한 마음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마음 부수가 최소 7개 이상은 항상 작용한다. 순수 의식 상태인 마음은 깨끗한 물과 같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집어넣으면 빨간색과 매운맛을 띠게 된다. 소금을 집어넣으면 짠맛을 낸다. 또 설탕을 집어넣으면 단맛이 느껴지는 것과 같다. 동시에 소금, 설탕 고춧가루, 기타 양념과 음식 재료를 다 집어넣어 특별한 음식의 맛을 내듯이 마음도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인 마음 부수에 따라 성질이 정해진다.
좋은 마음 부수가 작용하면 좋은 마음이 되고 나쁜 마음 부수가 작용하면 나쁜 마음이 된다. 항상 좋은 마음 부수만 작용해 좋은 마음만 생기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경험과 여러 여건에 따라 습관적으로 본능적으로 나쁜 마음 부수가 결합돼 나쁜 마음을 자주 일으킨다.
자각력을 키워 자신의 마음이 건전한지 해로운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건전하다면 더 자주 일어나게 노력하고 해롭다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자각력을 키우기 명상의 핵심이다. 또한 마음이 고정 불변하는 어떤 실체가 아니라 계속해서 생겼다 소멸하는 것임을 확실히 보고 알아야 한다. 자신에 대한 잘못된 견해에서 벗어나고 그것 때문에 생긴 괴로움에서 해방되는 것은 자각력 명상의 목표다. 믿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알아서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한다면 반드시 알게 된다.
마음은 대상에 따라 생기는 의식 한 가지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발생하는지, 어디에서 생기는지, 어떤 성질을 지녔는지에 따라 89가지 또는 121가지로 나눈다. 성질에 따라 유익한 마음, 해로운 마음, 유익하지도 해롭지도 않은 마음으로 구분된다. 마음 그 자체는 그 어떤 성질도 지니고 있지 않는다. 유익하거나 해로운 의지 작용이 개입할 때 특정한 성질을 띠게 된다. 불필요한 마음 과정을 일으키지 않고 마음을 정화하는데 도움이 되면 유익한 것이고 그 반대면 해로운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무기(無記)의 마음, 즉 유익하지도 해롭지도 않은 마음이다. 마음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유익하거나 해롭게 작용하는 것 또한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인 마음 부수의 영향이지 마음 그 자체는 아니다. 유익하거나 해로운 마음은 유익하거나 해로운 의지 작용이 개입됐기 때문에 반드시 이어지는 작용이 있거나 어떤 결과를 유발하게 된다. 잠재의식 속에 그 영향력이 입력돼 적절한 조건이 됐을 때 어떤 상황을 만들어 낸다. 이것을 인과응보라고 한다. 의지가 개입된 마음 작용은 업이라 부른다. 어디에서 발생했느냐에 따라 욕계, 색계, 무색계, 출세간 마음 등 4가지로 나눈다.
우리가 아는 마음을 마음과 마음 부수로 나누어 공부하면 명상할 때 자신을 좀더 확실히 이해 할 수 있게 된다. 미각이 발달한 사람은 어떤 국물의 맛을 보고 이 국물은 어떤 재료가 들어갔으며 어떻게 요리됐는지를 안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평소 자신의 마음 상태가 어떤 정신적인 요소들이 작용해서 현재 자신의 마음 상태를 이루고 있는지 안다. 너무 분석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알아간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힘든 마음 상태의 짐을 덜어내고자 할 때 아주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다.
*.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마음 부수 cetasika)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인 마음 부수는 마음에 붙어서 마음을 작용하게 한다. 마음과 함께 일어나고 함께 사라진다. 마음이 대상으로 하는 것을 같이 대상으로 하고, 마음이 일어나 진행되는 곳에 똑같이 일어나 진행된다. 마음은 스스로 작용할 수 없다. 마음은 색깔과 모양이 없는 깨끗한 공기와 같다. 먼지나 바람과 같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 등 여러 요소, 즉ꡐ마음 부수ꡑ가 마음을 물들이고 움직이게 한다. 앞의 마음 설명에서 물에 비유해 설명했듯이 마음에 같이 작용해 마음의 성질을 결정 한다. 열심히 하려는 마음 부수가 작용하면 열심히 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고 게으른 마음부수가 작용하면 게으른 마음이 생겨난다.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인 마음 부수에 52가지가 있다. 이것들은 다시 세 가지로 분류된다. 다른 것과 같아지는 것 13가지와 해로운 것 14가지, 아름다운 것 24가지이다. 다른 것과 같아지는 것들은 같은 것이지만 유익한 마음에서는 유익한 작용을 하고 해로운 마음에서는 해로운 작용을 한다. 또한 유익하지도 않고 해롭지도 안은 마음에서는 유익하지고 해롭지도 않은 작용을 한다. 즉 자기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작용의 성질이 변한다. 이것들은 다시 어떤 마음에도 항상 작용하는 7가지와 때에 따라 작용하는 6가지로 분류된다.
명상을 하려면 이 마음 부수의 요소 전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명상에 중요한 마음 부수, 즉 다른 것들과 같아지는 것 13가지 마음부수와 아름다운 마음 부수 몇 가지만 간략히 알아본다. 마음과 마음부수의 기능과 내용을 잘 알고 명상을 통해 행복에 필요한 기능들을 활성화시켜 활용하는 것이 차명상의 특징이다.
*. 항상 작용하고 있는 마음 부수 7가지
마음에 항상 작용하는 공통되는 7가지 마음 부수는ꡐ감각 접촉ꡑ, ꡐ느낌ꡑ, ꡐ인식ꡑ, ꡐ의도ꡑ, ꡐ집중ꡑ, ꡐ지속 및 생명기능ꡑ, ꡐ의식의 방향 선택 기능ꡑ등이 있다.
감각접촉(파사, contact) 대상과 여섯 감각 기관의 만남 혹은 접촉을 의미 한다. 손으로 어떤 물체를 만졌을 때 물체에 닿는 작용 그 자체를 말한다. 물체에 닿아서 딱딱하다 부드럽다 차갑다 하는 느낌은 이 다음 느낌의 요소에 해당한다. 감각 접촉은 눈에 시각적인 정보가 닿는 것, 귀에 청각적인 신호가 닿는 것 등 외부 신호와 자극이 감각 신경세포에 닿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어떠한 것을 대상으로 하는 특정 대상에 닿아 있다. 정신적 사유 작용도 의식 대상이 되는데 이때는 기억 및 생각 등의 대상이 의식이라는 기능과 닿아 있는 것이다. 뇌의 신경 세포 속에서 기억과 생각의 작용을 하는 여러 신화와 호르몬의 작용이 활발하고 그 자체를 뇌의 또 다른 부위에서 감지하고 있는 것과 같다.
느낌(웨다나, Feeling)내부 감각 신호 신호나 자극이 감각 기관에 접촉되면 내부적 신호가 발생해 우리의 뇌로 전달된다. 느낌이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부적 신호다. 느낌이라고 말하면 보통 부드럽다, 차갑다, 아프다는 것을 떠올리는게 이러한 상태는 이미 내부 신호를 인식하고 난 뒤 인식이 끝난 상태다. 신호가 부드러운지 차가운지 알았기 때문에 인식의 기능이 이미 작용한 것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ꡐ웨다나ꡑ라는 말은 말단 신경에서 뇌로 전달되는 내부 감각 신호를 말한다.
인식(산냐, perception) 대상을 어떤 것으로 인식해 기억할 수 있는 능력, 감정 분별이 없는 단순한 기억 작용 및 기억된 내용을 말한다. 내부 신경을 통해 전달된 신호나 정보를 어떤 것이라 아는 기능이다. 빨간 사과에 대한 정보가 들어 왔다고 하자. 전에 사과를 본 적이 있고 빨갛고 동그랗고 먹을 수 있는 것 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으면 사과의 신호가 들어왔을 때 사과라고 순간 알아본다. 그러나 사과를 전혀 보지 못한 아기는 사과를 봐도 색깔과 모양에 대한 인식의 기능이 약해 사과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보이는 어떤 것으로만 알게 된다. 요즈음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문자 인식 기능이 무척 향상됐다. 손으로 대충 어떤 문자를 쓰면 컴퓨터가 무슨 글자인지 인식하고 화면에 그 글씨를 표시해 준다. 이러한 컴퓨터의 기능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하는 인식 기능이다. 뒤의 생명 기능의 요소와 함께 기억력을 형성한다. 반도체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일명 D램 반도체라고 한다. 정보의 처리 역할을 하며 전원이 꺼지면 정보가 남아 있지 않고 사라진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플래시 메모리라 많이 알고 있는데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 기능 역시 다음에 나올 ⑥지속 및 생명기능 요소가 같지 않으면 정보의 인식과 처리에서 끝나게 되고 지속 생명 기능이 같이 작용하면 저장 공간에 그 정보가 저장된다. 인간이 가진 인식 기능은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역할을 동시에 다 한다.
의도(쩨따나, volition) 의도, 충동, 의지, 판단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신호나 정보를 인식하면서 그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 의도의 기능이다. 인식된 정보를 판단하고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바로 반응을 작용시키는 종합 정보처리 과정이다. 빨간 사과를 인식하면 사과를 먹을 것인지 그냥 보고 말 것인지 혹은 과거 사과에 대한 관련된 기억을 저장 공간에서 끄집어내든지 하는 등의 과정이다. 먹고 싶다는 욕망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이 기능이 주도하는 것이다. 다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게끔 충동하게 하는 것도 이 기능이 주도하는 것이다. 이 의도가 개입됨으로써 또 다른 조건을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보통 업을 발생한다고 한다. 불교의 오온에서 상카라(行)와 동의어이다. 좋은 의도를 발생하면 좋은 조건을 만들고 나쁜 의도를 일으키면 나쁜 조건과 결과를 초래한다. 의도 개입의 과정을 잘 알아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든가 유익한 결과를 초래하도록 하는 것이 명상의 핵심이다. 의도 개입은 자신의 과거 경험, 기억, 사유 구조에 의해 영향 받는다.
집중(에까가따, one-pointedness) 지속하게 하는 힘, 한 가지에 계속해서 작용하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우리가 삼매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바로 이 기능을 지칭한다. 일반적인 의미는 집중력을 말한다. 이 기능이 작용하면 마음이 한 대상을 향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한다. 마음이 산란한 사람은 이 기능이 대체적으로 부족하다. 노력하면 이 기능이 계발되고 강화되는데 팔정고의 정정(正定)은 이 기능을 올바르게 계발하는 것이다. 자각력을 키우기 수행을 하든지 집중력을 수행을 하든지 모두 이 집중의 이 기능이 작용한다. 동시에 이 기능을 향상시킨다. 집중에는 본 집중, 순간 집중, 예비 집중 중 세 가지가 있다. 본 집중은 하나의 대상에 지속적으로 의식을 몰두하는 것이다. 순간 집중은 변하는 대상을 향해 매 순간 새로운 집중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예비 집중은 집중된 상태로 가는 과정의 마음이다.
모든 인간은 항상 이 기능이 작용한다. 그 힘에 차이만 있을 뿐이다. 비유를 들어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으킨 생각이 대상에 밀착되게 한다. 만약 공포, 분노, 욕망 따위의 해로운 마음 대상에 작용하면 오랫동안 그것들의 속박에 갇혀 있게 된다.
그러나 대상에 머무르는 시간과 힘을 자유자재로 통제 할 수 있게 되면 신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보통 인식 대상은 끊임없이 생멸을 거듭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변하지 않는 관념적인 대상을 만들어 고정시키면 삼매가 생긴다. 이 상태를 활용해 특별한 능력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
지속 및 생명 기능(지위띤드리야, psychic life) 이 기능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작용을 한다. 어떤 생각과 기능이 일관되게 작용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몸에서는 세포분열이 계속되게 하고 마음으로는 생각이 이어지게 하는 작용을 한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육체적인 신진대사 활동이 아무 무리 없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신진대사가 계속적 이어지게 작용하는 역할을 바로 이 생명 기능 요소가 담당한다. 마음과 몸은 순간순간 생겨났다 사라진다.
마음은 일어났다 사라지는 순간이 극히 짧지만 육체의 세포는 종류에 따라 오랜 시간 머물다 사라지는 것들도 있다. 세포 수준에서 봐서 그렇지 그 안에 더 들어가 원자, 중성자, 전자 수준까지 혹은 그 이전의 상태까지 접근하면 물질도 또한 빠르게 생겼다 사라지며 어떤 흐름을 만들어 간다. 이렇게 정신적, 물질적 현상들이 한순간 생겼다 다음 순간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지게 될 때 다음 순간이 생기도로 조건과 힘을 발휘하는 것이 이 지속 및 생명 기능이 하는 주요 역할이다.
이 기능이 없어지면 죽게 되며 부족할 경우 방금 전에 한 말을 잊어버리거나, 해야 할 일을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식사를 하다가 물을 가지러 식탁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아무 문제가 없다면 물을 가지러 간다는 생각과 의도가 지속돼 냉장고에 가서 문을 열고 물을 가지고 온다. 그러나 이 기능이 약하거나 없다면 일어났다가 본인이 왜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모르게 된다.
몇 년 전 영화 중에ꡐ모멘토ꡑ라는 것이 있다. 아내의 살인 사건 때문에 10분정도 밖에 기억을 못해 항상 어딘가에 메모를 하는 주인공이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에서 이 주인공은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 생명 기능이 약해 기억이 오래 지속되니 못하는 경우다. 우리 주변에서도 가끔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직전에 망각하거나 소지품을 잘 놓고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 기능이 약해서 그런 것이다. ③번 인식(산냐)과 연관돼 기억 능력을 유지하며 계발하면 이 또한 기능이 향상된다.
의식의 방향 선택 기능(마나시까라, attention) 텔레비전의 채널을 바꾸듯 의식할 대상으로 방향을 바꾸어주는 기능이다. 길을 걸어갈 때 생각을 골똘히 하게 되면 길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간혹 생각에 빠져 걷다가 무언가에 부딪히기도 하고 흙탕물에 빠지기도 한다. 개똥을 밟기도 한다. 혹은 아는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전혀 의식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이 생각하는 데에 방향 설정이 돼 있고 집중이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나 귀로 들어오는 정보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인식에 큰 충격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걷는 중이라도 눈에 보이는 것으로 의식을 돌려 주의를 기울이거나 귀에 들리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면 무엇을 보고 왔는지,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 걷고 난 후에 알게 된다. 이럴 때는 마음이 눈에 가 있거나 귀에 많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있을 때 이 기능이 한 곳에 작용하고 있어 생각만 하고 있다면 시끄러운 소리를 듣지 못한다.
이 기능은 빠르게 대상을 바꿀 수 있다. 눈과 귀, 생각 등의 감각기관 등으로 빠르게 전환해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한순간도 반드시 하나의 대상으로만 이 기능이 작용한다. 이 기능이 현재 순간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자주 다른 곳으로 향해 작용하게 되면 주위에서ꡐ사오정ꡑ소리를 듣게 된다. 외부에서 강한 자극과 신호가 발생하면 즉각 이 기능을 통해 마음은 그 대상을 향하게 된다. 대상으로 방향을 돌린 후 집중력의 작용으로 그곳에 머무르거나 아니면 다른 강한 자극에 의해 또다시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려 버린다. 명상을 통해 이 기능을 잘 단속해 쓸데없이 여기저기 대상에 마음이 한눈팔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집중력을 키워 마음이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않도록 붙들어 매놓는 것이다.
*.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마음 부수들
이 마음 부수들은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를 말한다. 마음 부수는ꡐ생각을 일으킴ꡑ, ꡐ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 ꡐ결심ꡑ, ꡐ정진ꡑ, ꡐ희열ꡑ, ꡐ열의ꡑ등 여섯 가지이다. 이 마음 부수들은 어느 마음에나 공통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마음에서 일어난다.
생각을 일으키는 힘(위따까, vitakka) 대상에 대해 생각을 일으키는 작용이다. ꡐ반복적으로 생각을 일어나게 하는 기능ꡑ마음 부수와 함께하여 생각과 추론, 깊은 사색 등을 끌로 간다. 명상을 하게 되면 이 기능들이 강화된다. 강한 집중 상태(삼매)를 만드는 핵심요소 이기도 하다. 의식을 어떤 대상으로 전환해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어두운 밤 멀리 움직이는 불빛을 보고 저 불빛이 무엇일까 생각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②ꡐ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ꡑ과 같이 작용해 생각이 계속 이어지도록 한다. 비유하자면 길 위에서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을 주워 들고 이리저리 살피는 것과 같다. 길에서 물건을 주운 것은 일으킨 생각과 같고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것은ꡐ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ꡑ과 같다.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위짜라) 생각을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기능이다. 마음은 순간 일어나고 사라진다. 때문에 대상을 향해 어떤 생각을 일으켰다 해도 지속적으로 생기는 작용이 없으면 같은 생각이 진행되지 않는다. ꡐ일으킨 생각ꡑ은 단순히 생각을 일으키는 작용이다. ꡐ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ꡑ은 계속해서 같은 성질의 생각이 일어나게 하는 기능이다. 일으킨 생각과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을 통해 대상을 심도 있게 검토한다. 거듭거듭 이 과정이 지속되면서 집중력과 맞물려 작용하면 대상에 마음이 몰입되는 경지에 이른다. 대상에 마음이 완전히 밀착되면 일으킨 생각이 필요 없어진다. 마음이 대상에서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에 생각을 따로 일으키지 않는다. 그 대상 자체에서 반복적으로 생각이 지속될 뿐이다. 그러다 이 반복적인 생각 또한 사라지고 집중과 평온한 의식만이 지속되는 단계에 다다른다. 이러한 상태는 집중이 고도로 발달해 체험하게 되는 삼매의 일종이다.
흔히 심사숙고한다는 말을 한다. 이때 심사가 이 두 마음 기능이다. 특히 팔정도의 정사유(正思)는 이 기능을 올바르게 계발하는 것을 말한다. 공부하는 학생이 이 기능이 강하다면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공부할 대상을 지속적으로 고민해 해답을 얻기 때문이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들도 이 기능이 발달해 있다.
결심(아디모카, adhimokkha) 결정, 결의, 결심, 확신, 결단의 기능을 한다. 경험 또는 믿는 마음을 근거로 일어난다. 명상을 시작하게 될 때 자신이 택한 명상법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 또는 믿음을 가지고 이 명상법을 통해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좋은 결과를 얻어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또한 명상과 도덕적 생활을 위해 말과 행동, 음식 따위를 삼가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이 결심의 기능이다. 명상의 효과를 체험하거나 명상을 통해 어떤 현상의 실제 모습을 알고 이해하게 되면 더욱 이 결심의 작용이 강해져 명상에 매진하게 된다. 명상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종교 생활을 하는 과정에 종교에서 요구하는 정신과 실천 덕목을 받아들이고 잘 받들어 행하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이 기능의 역할이다. 또한 나라와 정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정진(위리야) 정진, 노력, 힘, 원기 등의 뜻을 가진 기능이다. 목표성취를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떤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할 때 이 기능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명상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한다. 강화시켜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계발해야 한다. 이 기능이 많이 계발되면 공부와 업무를 성실히 하는 성격이 형성되고 근면해지는 효과가 있다. 선천적으로 근면한 사람은 이 기능이 태어날 때부터 강한 것이다. 팔정도의 정진(精進)은 이 기능을 올바로 계발하는 것이다.
희열(삐띠) 큰 기쁨, 희열, 환희, 황홀의 기능을 한다. 충분한 만족감의 특성을 지니는데 명상의 장애가 되기도 하고 자극이 되기도 한다. 명상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 너무 집착하면 장애가 된다. 하지만 적당한 원동력으로 삼아 다음 단계를 목표로 한다면 더 큰 분발심이 생겨 빠른 진보를 이루어 낸다. 일상생활에서도 이 기쁨의 마음이 발생한다. 스스로 만들어 내기보다는 어떤 조건이 이루어졌을 때 생기는 조건적 기쁨이며 금방 사라진다. 명상에 숙달되면 어떤 상태에서 이 느낌이 생기는지 터득하게 된다. 원한다면 이 느낌 속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 워하지 않아도 방해되는 요소 없이 자연스럽게 이 느낌이 지속돼 참행복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열의(찬다, chanda) 열의, 의욕, 하고자 함, 의지 등의 뜻을 가진 기능이다. 유익한 마음에 작용하게 한다면 큰 성취와 만족, 존경이 따른다. 욕망, 갈망 등 해로운 마음에 작용하면 자신과 타인을 괴롭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기능은 우리 생활에서 불과 같은 역할을 한다. 관리와 사용을 잘한다면 아주 유용하지만 무관심하거나 잘못 사용하면 재앙과 고통을 초래한다.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한다면 미워하는 마음에 이 열의가 작용하는 것이다. 어떤 물건을 몹시 가지고 싶어 하거나 어떤 사람을 열렬히 좋아할 때도 이 기능이 간섭하는 것이다. 불과 같은 성격도 있어 해롭게 작용하면 자신도 태우고 남도 태운다. 명상을 통해 부정적 열의를 제어하고 동시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마음에 열의가 함께하도록 한다면 참행복감을 누리게 된다.
*. 명상에 중요한 아름다운 마음 부수
아름다운 마음 부수에는 총25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명상에 아주 중요한 ꡐ믿음ꡑ, ꡐ알아차림ꡑ, ꡐ마음의 경안ꡑ, ꡐ절제ꡑ, ꡐ무량ꡑ, ꡐ어리석음 없음ꡑ등의 마음 부수에 대해 알아본다.
믿음(사다) 신뢰와 순수하고 깨끗한 존경심의 뜻을 가진 마음 부수다. 어떤 가르침과 진리를 접하고 일어나며 확신과 결심을 끌어낸다. 명상하겠다는 마음을 일으키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된다. 종교나 진리, 주장, 이데올로기 등에 마음을 바쳐 받아들이는 정신 자세 등을 믿음이라 한다. 이 기능의 작용으로 지극한 정성이 우러나오게 된다. 수행 시 만나게 되는 장애와 고통을 극복하게 해준다.
알아차림(사띠, sati, 마음챙김, 자각, 통찰) 대상을 직면하고 강하게 인식하는 기능이다. 마음을 기울여 순간의 현상을 알아차리고 아는 기능이다. 볼 때는 보는 줄 알고 걸을 때는 걷는 줄 아는 기능을 말한다. 이 기능은 모든 것에서 유익하다. 특히 참행복을 얻고 자신을 잘 파악하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능이다. 명상에서 이 기능이 제일 중요 하게 쓰인다. 이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도록 다른 기능들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자각력 키우기, 차명상 등의 명상에서는 모두 이 기능을 계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안 쓰면 작용하지 않지만 사용하려 한다면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팔정도의 정념(正念)은 이 기능을 올바르게 계발하는 것이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아는 기능을 한다. 힘이 커지고 기능이 강화되면 점점 실제적이고 실체적인 존재의 성질을 알게 된다. 이 기능을 써서 먼저 자신의 마음이 어떤 모습인지를 안다. 순간순간 마음 공간에 주로 이 자각의 마음이 일어나게 만들어 자신을 해롭게 하는 요소를 차단한다. 아는 기능을 통해 깨닫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해롭고 오염된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놀이 공원에 있는 유령의 집은 알고 나면 무지 무섭지 않다. 마찬가지로 제대로 알고 나면 자신을 괴롭히는 감정적 반응에서 벗어나게 된다. 제대로 확실히 아는 것을 흔히 깨달음이라고 표현한다. 알아차림 기능은 항상 작용하는 기능이 아니다. 노력과 훈련을 통해 계발한다.
마음의 경안(citta-passaddhi) 깨달음 일곱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편안함, 고요함 등의 뜻을 가진 기능이다. 흐르는 물이 맑고 깨끗해야 바닥이 보인다. 명상에서도 마음이 들뜨지 않고 혼탁하지 않아야 있는 그대로 대상이 보인다. 이 상태는 마음이 들뜨지 않고 안정돼 있는 것이다. 마음이 가벼워 대상을 강하게 알아갈 때 방해하는 요소가 없는 상태이다. 마음이 이 상태에 있으면서 동시에 강하게 깨어 있어야 명상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음이 무거운 상태에서는 대체로 정신력과 자각 능력이 무뎌진다. 심지어 명상에 대한 회의까지도 들게 한다. 이 기능을 개발해 들뜸과 불안, 우울 등을 제어해야한다.
절제(위라띠 virati) 기뻐하는 것에서 벗어남, 끊음, 절제, 자제를 뜻하는 마음 부수다. 절제의 마음 부수에는 바른말(正語), 바른 행위(正業), 바른 생계(定命)등 세 가지가 있다. 바른말은 거짓말, 이간질, 욕설, 천한 잡담을 하지 않는 것이다. 바른 행위는 살생과 도둑질, 삿된 성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바른 생계는 바른말과 바른 행위가 되도록 하는 생계 수단을 말한다. 명상을 장애 없이 잘하기 위해서는 내부나 외부적으로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로 다른 사람의 감정에 상처를 주었다면 양쪽 모두 마음이 편치 않다. 술, 도박, 성적 쾌락에 허덕이게 되면 명상하며 사는 길과 점점 멀어진다. 바쁘게 정신없이 움직이며 살아간다면 마음도 더불어 분주해져 차분히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표볼겨를이 없다. 언행을 잘 다스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행위와 하는 일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수수하고 조심스럽게 살아간다면 큰 골칫거리는 생기지 않는다. 이 기능을 계발해 명상과 우리의 삶이 평화롭고 조화로운 상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계발된 절제의 기능은 더욱 명상의 진보를 가져다준다. 존경과 평화로움이 찾아온다.
무량(無量) 헤아릴 수 없음의 뜻을 지닌 마음 부수로 ‘연민’과 ‘같이 기뻐함’등 두 가지가 있다. 보통 사랑의 감정과 느낌을 가지면 이 기능이 작용하는 것이다. 예속과 집착을 가진 사랑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이 느끼는 순수한 사랑이다. 자비라고도 표현하는데 상대방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연민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고 그 사람이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고를 당해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을 보고 힘이 닿는 대로 도와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받게 해주는 마음과 같다. 사회 복지시설을 찾아 같이 시간을 보내주고 봉사하는 마음을 내도록 한다.
같이 기뻐함은 순수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기쁨을 함께 기뻐해 주는 것이다. 정확한 예는 아니지만 스포츠 경기에서 한국 팀이 승리하게 되면 선수 못지않게 모든 국민이 다 같이 기뻐하는 것과 같다.
무량의 두 기능은 명상이 나 혼자만의 행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존재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유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들은 명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강조된다. 또한 강한 집중력을 형성하게 하고 삼매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그러면서 명상하는 사람에게 더 큰 자극을 주어 더 한층 분발하게 한다. 사랑의 마음 주기 명상법에서는 이 기능들을 주로 활용하며 계발시킨다.
어리석음 없음(아모하, 통찰지) 어리석음 없음은 지혜로운 상태를 말한다. 아는 작용을 방해하는 편견과 사견, 의도의 개입 없이 있는 그대로를 깨끗이 보고 알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어리석음이란 여러 부정적인 요소가 개입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못보고 알지 못하는 상태다. 지혜는 방해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알거나 이를 바탕으로 생긴 견해이다. 팔정도의 정견(正見)은 이 기능을 올바르게 계발하는 것이다. 이 기능 역시 자각(알아차림)과 더불어 명상을 끌고 가는 쌍두마차 역할을 한다. 올바르게 보고 올바르게 아는 것이 참수행의 핵심이다. 올바르게 조금도 티가 섞이지 않게 완전 그대로 보고 알아서 생긴 견해는 우리를 짓누르고 지배해 왔던 요소들을 제거한다. 렌즈에 때가 끼면 선명하게 현상이 관찰되지 않듯이 지혜가 부족하면 깨끗하게 알아차리거나 통찰하지 못하고 수행이 어렵게 된다.
평소 우리는 우리의 행동과 정신 상태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산다. 이것을 무지 또는 어리석음이라 한다. 자신을 잘 모르는 것은 남이 자신을 비난해도 잘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의 행위나 생각을 잘 알고 있으면 타인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리석음 없음과 반대는 무지, 즉 어리석음인데 이 또한 하나의 마음 작용 요소이다. 이 요소가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지혜의 요소가 적어진다. 그러나 평소 우리는 이 무지가 많은 시간 작용한다. 순간순간 자신을 알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보는 것, 생각하는 것, 듣는 것, 맛보는 것 등의 대상에 빠져 자기 자신을 의식하지 못한다.
자신의 불행, 불만, 불만족은 결국 이 무지 때문에 영향력을 더욱 키워 간다. 자신과 함께 하면서 함께한다는 것을 완전히 감추고 있기에 제일 무서운 내부의 적이기도 한다.
옛날 인도에 한 수행자가 있었다. 평소 정신 수행에 큰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히말라야 산으로 수행을 하러 떠난다. 그곳에서 많은 고행과 수련 끝에 신통력을 얻게 되고 다시 옛날 살던 동네로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온 이후에는 다른 수행자들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빌어먹고 나무 밑이나 동굴 등지에서 생활했다.
얼마 후 이 수행자의 능력이 널리 알려지게 되고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왕은 이 수행자를 초청해 공양을 베풀었다. 전에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에 왕은 더욱 이 수행자를 존경하게 됐다. 그래서 매일 공양 베풀 것을 약속하고 매일 왕궁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행자는 그 청을 받아들이고 매일 공양을 받으러 왕궁을 방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방에 산적 떼가 출몰한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왕은 직접 군사를 거느리고 산적을 토벌하러 떠났다. 떠나기 전 왕비에게 매일 수행자에게 공양 베푸는 것을 잊지 말고 지극정성으로 임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공양 때가 되자 왕비는 정성을 기울여 음식을 준비하고 바닥에 앉아 수행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날 수행자는 다른 날과 달리 신통력을 사용해 왕궁의 2층까지 날아갔다. 갑자기 수행자가 날아오자 왕비는 놀라 벌떡 일어나다가 자신의 옷을 밟아 옷이 벗겨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왕비의 벗은 몸을 본 수행자는 순간적인 몸의 충동에 끌려 그만 왕비를 겁탈하고 말았다. 충동에 굴복해 큰 죄를 저지르고 만 수행자는 너무나 큰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바로 왕궁을 도망쳐 나온 수행자는 다시 히말라야 산으로 숨어 버렸다. 신통한 능력도 사라지고 더 이상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했다.
왕궁으로 돌아온 왕은 이 사실을 알고 큰 상실감에 빠져 버렸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인을 겁탈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믿기지 않았다. 군사를 풀어 그 수행자를 잡아와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복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포기했다. 그러나 그 후 다시는 그 어떤 수행자에게도 공양을 베풀지 않았다.
참으로 비통한 결말이다. 수행자나 왕비, 더 이상 복을 짓지 않기로 한 왕 모두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다. 이 모든 비극은 따지고 보면 한순간의 무지에서 발단된 것이다. 자신을 알지 못하고 욕망에 눈이 멀어 순간과 미래의 상황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몸에 병이 있거나 성격의 문제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것들은 대략적으로나마 그 실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지는 그 실체도 가늠하지 못하면서 지속적으로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아주 무서운 마음 요소다. 무지가 고통의 원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마지막 순간까지 모르는 경우가 전부다.
명상의 목적은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다. 그 목적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 마음 관리 요령을 요약하자면 유약한 기능을 계발하고 해로운 기능은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해로운 기능이 억제되면 크게 힘들지 않다. 좋은 일이 없어도 힘들지 않으면, 마음이 고요하면 적게나마 만족의 상태가 유지된다. 이러한 만족은 곧 행복의 척도가 된다. 해로운 기능 가운데 왕 노릇을 하는 것이 바로 무지인데 이 무지는 깨어 있는 것으로 극복된다. 깨어서 맑은 정신으로 자신을 알고 있는 자각 기능을 강화시켜 무지의 상태를 줄여 나간다. 무지 속에서 살면서 왜 사는지도 모른 채 존재를 지속시켜 나가야 하는 자신의 모습을 파악한다. 좀더 깨어 있는 시간을 늘려 나가려 노력하고 좋은 방법을 찾는다. 이것이 지혜의 작용이다.
2. 의식작용 과정
이제까지 마음과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마음 부수에 대해 명상과 밀접한 몇 가지를 간략히 알아보았다. 명상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하려면 명상이 어떻게 작용해 마침내 행복해지는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과 마음 부수에 대한 기본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 이것들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또 어떻게 해서 우리가 원하는 상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중간에 의심이 생기지 않는다. 의문이 생기더라고 빨리 해결할 수 있다. 여행길에 오를 때 가는 길과 어떤 방법으로 목적지에 가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으면 불안하지 않고 지겹지 않다. 그 반대라면 더 멀게 느껴지고 예측이 안 돼 답답하다. 불안함을 느끼거나 멀미를 하게 된다. 명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길을 잘 알고 하면 명상 방법과 테크닉을 빠르게 익히게 된다. 또한 장에가 생기더라도 침착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다. 명상의 재미를 한층 더 만끽할 수 있다. 마음과 마음 부수는 앞에서 알아보았다. 이제 의식 작용 과정과 명상이 적용되는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 부분은 이해하기가 아주 난해하다. <아비담마 길라잡이>라는 책에 아주 상세히 나와 있다. 참조하기 바란다. 여기서는 대략적인 설명만 한다.
마음은 대상을 그냥 아는 의식이라 했다. 이 과정을 좀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상이 있고 이 대상이 눈, 귀, 코, 혀, 신체, 생각 작용 등을 통해 인식된다. 대상의 신호가 감각기관에 접수되고 이 신호가 신경을 통해 뇌에 전해져 아는 (識)이 발생한다. 여기서 아는 식은 그냥 신호의 접수에 불과하다. 즉 지금 어떤 신호가 들어왔다는 것만 아는 수준이다. 여섯 감각기관을 통해 뇌에 쉼 없이 신호가 입력되지만 모든 신호를 다 접수하는 것은 안디. 대상에 따라 신호가 아주 강한 것, 강한 것, 작은 것, 아주 작은 것, 또한 선명한 것, 희미한 것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에 따라 다음 과정으로 처리가 진행되거나 별 충격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외부의 신호가 한번 접수됐을 때 마음은 그 한번의 신호를 대상으로 최대 17번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즉 17번 서로 다른 마음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외부 신호 한번의 시간은 눈 깜짝하는 시간보다 수십 배 짧다. 거의 극미 순간이다. 이런 짧은 순간에도 마음은 최대 17번까지 일어났다 사라질 수 있다. 마음은 일어났다가 다음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조건과 힘을 만들고 사라진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이러한 마음 작용은 강의 흐름처럼 연속적으로 흐른다. 이 연속적 흐름인 마음 작용을 통칭해 정신, 또는 영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 신호와 마음 또한 어떤 일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생겼다가 에너지가 다하면 사라지는 패턴을 가진다. 돌을 하늘을 향해 던지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땅에 떨어지듯 생성, 지속, 소멸의 패턴을 보여준다. 아주 작은 존재부터 커다란 존재에 이르기까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수명을 가지고 있다. 변하기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여기서 수명이라고 하는 것은 일정한 에너지의 크기를 의미하는데 존재마다 각각 다르다. 매 순간 에너지를 방출하며 생성, 지속, 소멸의 길을 간다. 이때 방출하는 에너지를 측정해 오래된 물건의 연대를 파악하기도 한다(방사성 붕괴 측정). 충전지의 건기를 고도하게 쓰면 빨리 에너지가 소모 되듯이 인위적으로 에너지 방출이 빨리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외부 신호가 들어오면 잠재의식(바탕흐름 의식)작용을 하고 있던 마음 작용의 흐름이 신호를 감지한다. 그러나 외부 신호는 아주 빠르다. 처음에는 그 신호를 바로 알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마음이 일어났다 사라진다. 바탕의식 과정에 있었기에 관성의 법칙으로 금방 외부 신호 인식으로 전환되지 못한다. 동요되고 흔들리는 상태로 그 다음 마음 한순간이 지나간다. 그다음 바탕의식을 대상으로 하던 마음 작용이 끊어진다. 바탕의식으로 마음 작용을 할 때는 외부의 신호 입력이 없어 처음 태어나면서 일으켰던 마음의 내용과 전생 죽기 전 마지막 일으켰던 마음의 내용, 살면서 겪었던 수많은 경험, 기억 등을 대상으로 마음이 생겼다 사라짐을 말한다. 깊은 잠을 잘 때, 기절했을 때, 또는 간혹 명상 중에 이 상태에 들어간다. 그 외 시간에는 외부 신호를 대상으로 혹은 경험과 기억, 추리 판단 등의 내부 생각 신호를 대상으로 마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살면서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들은 물리적으로는 뇌에, 정신적으로는 잠재의식(바탕의식)에 저장된다. 그 에너지의 강약에 따라 표면으로 튀어 올라 생각을 만들어 내고 인식과 판단 작용에 개입한다.
바탕의식을 대상으로 했던 마음 작용이 끊어지고 다음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신호로 방향을 바꾼다. 그 후 신호 인식 마음이 생긴다. 그 다음 신호를 받아들이는 마음, 조사 하는 마음, 결정하는 마음 등이 순간 차례로 생겼다 사라진다.
그러고 나서 ꡐ속행ꡑ또는 ꡐ자와나ꡑ라 부르는 정보처리 과정의 마음이 7번 생겼다 사라진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의도가 개입하게 된다. 정보처리 과정이 어떠한 틀에 의해 그 성질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때 이 틀은 자신 스스로 살아오면서 경험과 생각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들어온 정보를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게 된다. 물이 젖소의 신체 구조를 통하게 되면 우유가 만들어지고 뱀의 신체 구조를 통하게 되면 독이 만들어지듯 접수된 외부 신호도 자기 고유의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성질을 띠게 된다. 명상을 통해 모든 번뇌를 제거한 사람은 이 처리 과정이 순수하고 아무런 의도 개입이 없다. 즉 어떤 틀이 없어 여과 없이 정보가 있는 그대로 처리된다. 그래서 어떤 과보를 초래하지 않는다.
과보는 의도의 개입으로 인해 어떤 조건을 만들고 그 조건이 때를 만나게 되면 일어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바로 일어나는 과보도 있고 얼마 후에, 혹은 한참 후에 찾아오는 과보도 있다. 만들어진 조건이 흔하고 발생 빈도가 높다면 바로 결과가 생길 것이고 조건이 때를 만나기가 어려우면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결과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만들어진 조건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어떤 변화를 가져 올 때까지 존속한다.
7번 정보처리 과정의 마음 작용이 끝나고 등록 또는 저장하는 마음이 두 번 생겼다 사라진다. 정보처리 과정에서 원하는 정보를 받아들이면 기뻐하는 등록의 마음이 생기고 원하지 않는 정보를 받아들이면 불쾌한 등록의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해서 외부의 한 신호에 대해 일어나는 17번의 마음 작용이 끝난다. 외부 신호가 아주 강할 때는 이렇게 17번의 마음 작용이 모두 일어난다. 그러나 생각을 대상으로 할 때, 혹은 신호가 약하거나 선명하지 않으면 몇 가지 과정이 생략되며 혹은 진행되다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이 매 순간 수없이 발생한다. 이런 작용의 흐름이 통상 마음이고 정신이 영혼이다.
3. 명상의 적용 원리
마음 부수 중에서 ꡐ생각을 일으킴ꡑ과 ꡐ반복적으로 생각을 하게 함ꡑ등의 기능이 크게 계발되면 마음은 하나의 관념적인 대상(생겼다 사라지며 변화하는 실제 대상이 아닌 정신적으로 만들어진 대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고 했다. 이때의 상황을 보면 의식 과정 중에서 자와나(속행) 즉 정보처리 과정이 보통 7번 일어났다 사라진다. 이 정보처리 과정이 어떤 한 패턴으로 단순하고 일정하게 계속 반복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삼매에 빠졌다고 한다. 능력에 따라 이 과정이 아주 오랫동안 유지 될 수 있다. 이때 본인이 원하는 패턴을 만들어 지속 시킬 수 있으면 신통력이 생긴다고 한다. 신통력은 얻기 어렵지만 노력해 이 삼매의 상태를 체험하게 되면 기쁘고 편안한 마음 상태가 지속됨을 경험할 수 있다.
자각력 수행에 있어서는 정보처리 과정의 마음들을 제어해 외부 신호나 정보의 성질에 상관없이 일정한 출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정보처리 과정의 마음들은 단지 작용만 하는 마음들이다. 그 속에 어떤 마음 부수가 주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해로운 마음 부수는 점점 덜어내고 유익하거나 단순하게 자신을 의식하는 알아차림 마음 부수가 주로 작용하게 반복 훈련해야 한다. 그러면 욕구나 충동을 유발하는 마음도 점점 줄어든다. 대신 지속적인 평온과 순수하고 깨끗한 의식작용이 일어질 것이다. 이 상태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알아차리고 있는 시간과 힘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명상 하는 시간만 알아차리는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대부분을 알아차리고 통찰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나를 인식하는 능력, 즉 통찰력이 강화되면 될수록 실제 모습을 더욱 잘 알게 된다. 그럴수록 정신과 물질에 대한 견해는 점점 사실적으로 변한다. 또 이제까지 학습과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불완전하고 왜곡된 견해를 타파하게 된다. 현상을 올바르게 보고 아는 지혜가 점점 커지게 된다. 이 지혜의 힘에 의해 나를 괴롭히는 요소들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 또한 지혜의 힘으로 더욱더 사실적으로 현상을 보게 되고 이로 인해 또다시 지혜는 증장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과보를 유발하는 마음 작용이 거의 소멸하게 된다. 마침내 이런 마음들이 전현 생기지 않으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알게 돼 자신에 대한 집착이 완전히 없어졌을 때, 끊임없이 정신과 물질 작용을 이어지게 하는 원동력인 ꡐ갈애ꡑ가 소멸된다. 이 갈애가 소멸되면 존재를 이루고자 하는 작용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에너지가 다하는 순간, 본래 있지 않았던 상태가 된다.
1. 마음 작용 과정과 명상 작용 원리
명상을 잘하려면 먼저 명상이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명상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동시에 마음 작용의 과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명상이 구체적으로 작용하는 부위는 우리의 마음 공간이다.
마음작용의 원리를 알지 못하고서는 절대로 명상에서 진척을 이루지 못한다. 긴 형행이나 험한 산을 올라가더라도 가는 길과 길에 대한 정보를 알고 간다면 길을 잃고 헤매거나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 또한 시간도 헛되이 소비하지 않듯이 명상도 가는 길과 그 과정을 잘 알아야 한다.
명상에 있어서 마음 작용의 이해는 중요한 부분이다. 제일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다. 여러 이론들이 전해서 내려 왔지만 한결같이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수분이다. 우리가 주로 접하는 마음에 대한 지식은 서양에서 연구된 정신 분석에 관한 자료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 뇌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뇌의 물리적인 기능과 정신 현상이 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씩 그 비밀이 벗겨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핵심적인 부분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명상과 직관력을 통래 아주 옛날부터 마음을 분석하고 이해해 왔다. 이제까지 연구된 현대의 의학과 지식과도 상치되지 않는다.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꼭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식을 기초로 마음 과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면 저절로 명상의 원리도 이해가 간다. 지금 자신의 상태와 미래 모습도 가늠하게 된다.
마음 작용에 대한 연구와 역사는 역시 인도 및 미얀마를 중심으로 그 주변국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ꡐ아비담마ꡑ라고 이름 하여 최근까지 활발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여기서는 아비담마의 내용을 기준으로 이해하기 쉽게 대략적인 개요 부분만 살펴본다. 이 마음 과정의 내용은 명상을 통해 대략적인 모습만 인신이 불가능하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인식 과정이 진행한다. 그것을 세밀하게 인식할 수 있는 자각력과 통찰력을 키우기는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미 연구되고 정설로 정해진 이론을 공부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나의 수행과 인신 과정을 가늠해 보면 된다.
*. 마음(citta)에 대한 설명
마음 작용, 또는 인식 과정을 이해하려면 크게 두 가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하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그 마음의 성질과 작용을 담당하는 마음 부수, 즉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여러 요소다. 우리는 마음 자체와 마음의 작용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명상에서는 마음을 단순한 의식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여러 요소들이 가미돼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마음을 이룬다고 한다.
마음의 특징은 우리 몸속 어딘가에 항시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이 아니다. 인식 대상이 있을 때 생겨나는 의식일 뿐이다. 대상이 없는 마음은 존재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마음은 대상이 있을 때만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이다. 그러나 살아 있으며 정신작용을 하는 모든 존재는 항상 어떤 인식의 대상을 취한다. 마음 또한 그 대상을 인식하며 끊어짐 없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다. 마음에 관심이 있다 해도 마음이 영속하는 어떤 정신적인 존재나 영혼의 작용이 아니라 대상을 인식하는 의식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접하면 사뭇 당혹스러워할 수 있다. 어쩌면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고 의지 작용과 판단, 사랑의 감정 등을 가지며 일관되게 한 인격을 형성하게 한다. 따라서 마음이라는, 육체를 지배하는 어떤 특별한 존재를 상정할 수밖에 없다.
명상을 통해서도 우리의 존재가 정신적, 물질적 현상뿐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난 뒤에야 마음에 대한 견해가 바뀐다. 이론적으로는 이 상황을 설명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마음을 대상으로 알아차리고 통찰하는 기능을 최대로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서 그 존재하는 모습과 성질을 대략적으로나마 보게 될 수 있을 때 이해가 간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통찰하면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쪽면만 있는 동전은 없다. 조각과 무늬가 없다 해도 반드시 짝을 이루는 반대 면은 존재한다. 마음 또는 정신도 그 자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을 알거나 보거나 듣거나 맛보거나 느끼거나 생각하면서 있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항상 무언가 마음의 내용을 채우고 있다. 이때 마음의 내용은 대상이다. 마음은 그 대상을 의식하는 어떤 것이다. 여기에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여러 요소가 가미돼 순수의식인 마음이 여러 성격을 보이는 것이다.
대상이 없는, 즉 내용이 없는 마음은 존재하지 못한다. 그 내용은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 대한 기억, 미래에 대한 생각, 이런저런 판단 및 추론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것들 또한 많은 정보가 농축된 정신적 신호에 불과하다. 이 신호를 인지하며 동시에 생기는 의식이 마음이다. 물리학에서 원자가 전자와 양성자, 중성자로, 짝을 이루고 있듯, 플러스 전기와 마이너스 전기가 만나 빛과 에너지를 만들어 내듯 대상과 그것을 인식하는 의식이 만나 마음이라는 것을 만들어 낸다. 대상과 인식하는 의식, 마음이 완전히 별개는 아니다. 대상을 인식하는 의식이 마음 그 차체다.
마음이 인식하는 대상으로는 시각적 대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억과 사유작용 등의 정신적 대상이 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잠재의식 속에서 발생하는 기억과 경험 등의 이미지를 대상으로 의식은 발생한다. 태어나 죽기 직전까지 한시도 끊이지 않고 이 흐름은 지속한다. 육체적 감각 대상은 지금 이 순간 발생하는 것이지만 정신적인 대상인 마음은 과거의 마음과 현재 일어난 마음도 대상으로 한다. 대상은 순간 생겼다 소멸한다. 그러므로 의식, 즉 마음도 순간 생겼다 소멸한다. 짧은 시간 수많은 생멸 작용이 이어지기 때문에 연속된 흐름처럼 느껴질 뿐이다.
대상이 순간 생겼다 소멸한다는 것은 외부 대상을 알 때 대상 그 자체를 아는 것이 아님을 말한다. 감각기관과 신경을 통해 뇌로 들어온 신호들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죽 이어진 것이 아니다. 디지털 방식처럼 무수히 많은 순간순간 신호들의 연속체다.
아는 기능이 날카로워지면 이런 흐름이 실제로 파악된다. 감각기관에 접수되는 신호 또한 엄밀히 말해 디지털 신호, 즉 무수히 많은 극미 순간들의 연속체이다. 신경을 통해 그 정보가 뇌로 전달될 때도 호르몬을 분비시켜 뇌에 자극을 준다. 이 자극도 한 덩어리가 아니라 무수히 이어지는 산발적인 신호들이다. 형광등은 1초에 60번 깜박거린다. ꡐ잔상효과ꡑ라는 것이 있어 수명이 다돼 느릿하게 깜박거릴 때까지 우리는 육안으로 그 깜박거림을 인식하지 못한다. 감각적 신호는 1초에 수십만 번 깜박거린다. 평소 우리의 인식 능력으로는 알기 어려운 지경이다. 마음은 그 한번의 짧은 외부 신호에 대해 최대 17번 작용한다. 그러니 마음이 일어나는 속도는 얼마나 더 빠른가.
또한 마음은 한순간에 반드시 하나의 대상만을 가진다. 마음의 내용, 즉 마음이 인식하는 대상이 빠르게 변해 마치 보면서 듣기도 하고 먹으면서 생각도 한다고 알기 쉽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볼 때는 보는 마음만 있고 들을 때는 듣는 마음만 있다. 생각할 때는 생각하는 마음만 있다. 마음은 일어나 작용하는 속도가 워낙 빠르고 대상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작용을 이어간다. 마치 동시에 두세 가지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여긴다. 손오공이 빛보다 빨리 움직여 서울에 순간 모습을 보이고 부산에 순간 모습을 보인다고 해 보자. 1초에 각 20번씩만 보여도 서울과 부산에 가가 있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마음의 속도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1초에 20번씩 동시에 수백 군데에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
. 하지만 아무리 많은 곳에 마음이 왔다 갔다 해도 정확히 한순간 하나의 마음만 있는 것이다.
마음의 또 다른 특징은 의식만 할 뿐 그 외에 어떤 작용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이 보고 듣고 알고 판단하고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아무 기능이 없고, 그냥 아는 의식 그 자체일 뿐이다. ꡒ마음이 작용한다.ꡓ고 할 때 작용하는 마음은 마음 부수의 역할 때문에 어떤 성질을 띠고 작용한다. 마음 부수는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로 52가지가 있다. 이에 관해서는 뒤에서 설명한다.
또한 마음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마음 부수가 최소 7개 이상은 항상 작용한다. 순수 의식 상태인 마음은 깨끗한 물과 같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집어넣으면 빨간색과 매운맛을 띠게 된다. 소금을 집어넣으면 짠맛을 낸다. 또 설탕을 집어넣으면 단맛이 느껴지는 것과 같다. 동시에 소금, 설탕 고춧가루, 기타 양념과 음식 재료를 다 집어넣어 특별한 음식의 맛을 내듯이 마음도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인 마음 부수에 따라 성질이 정해진다.
좋은 마음 부수가 작용하면 좋은 마음이 되고 나쁜 마음 부수가 작용하면 나쁜 마음이 된다. 항상 좋은 마음 부수만 작용해 좋은 마음만 생기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경험과 여러 여건에 따라 습관적으로 본능적으로 나쁜 마음 부수가 결합돼 나쁜 마음을 자주 일으킨다.
자각력을 키워 자신의 마음이 건전한지 해로운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 건전하다면 더 자주 일어나게 노력하고 해롭다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자각력을 키우기 명상의 핵심이다. 또한 마음이 고정 불변하는 어떤 실체가 아니라 계속해서 생겼다 소멸하는 것임을 확실히 보고 알아야 한다. 자신에 대한 잘못된 견해에서 벗어나고 그것 때문에 생긴 괴로움에서 해방되는 것은 자각력 명상의 목표다. 믿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알아서 스스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한다면 반드시 알게 된다.
마음은 대상에 따라 생기는 의식 한 가지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발생하는지, 어디에서 생기는지, 어떤 성질을 지녔는지에 따라 89가지 또는 121가지로 나눈다. 성질에 따라 유익한 마음, 해로운 마음, 유익하지도 해롭지도 않은 마음으로 구분된다. 마음 그 자체는 그 어떤 성질도 지니고 있지 않는다. 유익하거나 해로운 의지 작용이 개입할 때 특정한 성질을 띠게 된다. 불필요한 마음 과정을 일으키지 않고 마음을 정화하는데 도움이 되면 유익한 것이고 그 반대면 해로운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무기(無記)의 마음, 즉 유익하지도 해롭지도 않은 마음이다. 마음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유익하거나 해롭게 작용하는 것 또한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인 마음 부수의 영향이지 마음 그 자체는 아니다. 유익하거나 해로운 마음은 유익하거나 해로운 의지 작용이 개입됐기 때문에 반드시 이어지는 작용이 있거나 어떤 결과를 유발하게 된다. 잠재의식 속에 그 영향력이 입력돼 적절한 조건이 됐을 때 어떤 상황을 만들어 낸다. 이것을 인과응보라고 한다. 의지가 개입된 마음 작용은 업이라 부른다. 어디에서 발생했느냐에 따라 욕계, 색계, 무색계, 출세간 마음 등 4가지로 나눈다.
우리가 아는 마음을 마음과 마음 부수로 나누어 공부하면 명상할 때 자신을 좀더 확실히 이해 할 수 있게 된다. 미각이 발달한 사람은 어떤 국물의 맛을 보고 이 국물은 어떤 재료가 들어갔으며 어떻게 요리됐는지를 안다. 마찬가지로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평소 자신의 마음 상태가 어떤 정신적인 요소들이 작용해서 현재 자신의 마음 상태를 이루고 있는지 안다. 너무 분석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알아간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힘든 마음 상태의 짐을 덜어내고자 할 때 아주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다.
*.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마음 부수 cetasika)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인 마음 부수는 마음에 붙어서 마음을 작용하게 한다. 마음과 함께 일어나고 함께 사라진다. 마음이 대상으로 하는 것을 같이 대상으로 하고, 마음이 일어나 진행되는 곳에 똑같이 일어나 진행된다. 마음은 스스로 작용할 수 없다. 마음은 색깔과 모양이 없는 깨끗한 공기와 같다. 먼지나 바람과 같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 등 여러 요소, 즉ꡐ마음 부수ꡑ가 마음을 물들이고 움직이게 한다. 앞의 마음 설명에서 물에 비유해 설명했듯이 마음에 같이 작용해 마음의 성질을 결정 한다. 열심히 하려는 마음 부수가 작용하면 열심히 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고 게으른 마음부수가 작용하면 게으른 마음이 생겨난다.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인 마음 부수에 52가지가 있다. 이것들은 다시 세 가지로 분류된다. 다른 것과 같아지는 것 13가지와 해로운 것 14가지, 아름다운 것 24가지이다. 다른 것과 같아지는 것들은 같은 것이지만 유익한 마음에서는 유익한 작용을 하고 해로운 마음에서는 해로운 작용을 한다. 또한 유익하지도 않고 해롭지도 안은 마음에서는 유익하지고 해롭지도 않은 작용을 한다. 즉 자기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작용의 성질이 변한다. 이것들은 다시 어떤 마음에도 항상 작용하는 7가지와 때에 따라 작용하는 6가지로 분류된다.
명상을 하려면 이 마음 부수의 요소 전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명상에 중요한 마음 부수, 즉 다른 것들과 같아지는 것 13가지 마음부수와 아름다운 마음 부수 몇 가지만 간략히 알아본다. 마음과 마음부수의 기능과 내용을 잘 알고 명상을 통해 행복에 필요한 기능들을 활성화시켜 활용하는 것이 차명상의 특징이다.
*. 항상 작용하고 있는 마음 부수 7가지
마음에 항상 작용하는 공통되는 7가지 마음 부수는ꡐ감각 접촉ꡑ, ꡐ느낌ꡑ, ꡐ인식ꡑ, ꡐ의도ꡑ, ꡐ집중ꡑ, ꡐ지속 및 생명기능ꡑ, ꡐ의식의 방향 선택 기능ꡑ등이 있다.
감각접촉(파사, contact) 대상과 여섯 감각 기관의 만남 혹은 접촉을 의미 한다. 손으로 어떤 물체를 만졌을 때 물체에 닿는 작용 그 자체를 말한다. 물체에 닿아서 딱딱하다 부드럽다 차갑다 하는 느낌은 이 다음 느낌의 요소에 해당한다. 감각 접촉은 눈에 시각적인 정보가 닿는 것, 귀에 청각적인 신호가 닿는 것 등 외부 신호와 자극이 감각 신경세포에 닿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어떠한 것을 대상으로 하는 특정 대상에 닿아 있다. 정신적 사유 작용도 의식 대상이 되는데 이때는 기억 및 생각 등의 대상이 의식이라는 기능과 닿아 있는 것이다. 뇌의 신경 세포 속에서 기억과 생각의 작용을 하는 여러 신화와 호르몬의 작용이 활발하고 그 자체를 뇌의 또 다른 부위에서 감지하고 있는 것과 같다.
느낌(웨다나, Feeling)내부 감각 신호 신호나 자극이 감각 기관에 접촉되면 내부적 신호가 발생해 우리의 뇌로 전달된다. 느낌이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부적 신호다. 느낌이라고 말하면 보통 부드럽다, 차갑다, 아프다는 것을 떠올리는게 이러한 상태는 이미 내부 신호를 인식하고 난 뒤 인식이 끝난 상태다. 신호가 부드러운지 차가운지 알았기 때문에 인식의 기능이 이미 작용한 것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ꡐ웨다나ꡑ라는 말은 말단 신경에서 뇌로 전달되는 내부 감각 신호를 말한다.
인식(산냐, perception) 대상을 어떤 것으로 인식해 기억할 수 있는 능력, 감정 분별이 없는 단순한 기억 작용 및 기억된 내용을 말한다. 내부 신경을 통해 전달된 신호나 정보를 어떤 것이라 아는 기능이다. 빨간 사과에 대한 정보가 들어 왔다고 하자. 전에 사과를 본 적이 있고 빨갛고 동그랗고 먹을 수 있는 것 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으면 사과의 신호가 들어왔을 때 사과라고 순간 알아본다. 그러나 사과를 전혀 보지 못한 아기는 사과를 봐도 색깔과 모양에 대한 인식의 기능이 약해 사과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보이는 어떤 것으로만 알게 된다. 요즈음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문자 인식 기능이 무척 향상됐다. 손으로 대충 어떤 문자를 쓰면 컴퓨터가 무슨 글자인지 인식하고 화면에 그 글씨를 표시해 준다. 이러한 컴퓨터의 기능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하는 인식 기능이다. 뒤의 생명 기능의 요소와 함께 기억력을 형성한다. 반도체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일명 D램 반도체라고 한다. 정보의 처리 역할을 하며 전원이 꺼지면 정보가 남아 있지 않고 사라진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플래시 메모리라 많이 알고 있는데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 기능 역시 다음에 나올 ⑥지속 및 생명기능 요소가 같지 않으면 정보의 인식과 처리에서 끝나게 되고 지속 생명 기능이 같이 작용하면 저장 공간에 그 정보가 저장된다. 인간이 가진 인식 기능은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역할을 동시에 다 한다.
의도(쩨따나, volition) 의도, 충동, 의지, 판단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신호나 정보를 인식하면서 그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 의도의 기능이다. 인식된 정보를 판단하고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바로 반응을 작용시키는 종합 정보처리 과정이다. 빨간 사과를 인식하면 사과를 먹을 것인지 그냥 보고 말 것인지 혹은 과거 사과에 대한 관련된 기억을 저장 공간에서 끄집어내든지 하는 등의 과정이다. 먹고 싶다는 욕망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이 기능이 주도하는 것이다. 다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게끔 충동하게 하는 것도 이 기능이 주도하는 것이다. 이 의도가 개입됨으로써 또 다른 조건을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보통 업을 발생한다고 한다. 불교의 오온에서 상카라(行)와 동의어이다. 좋은 의도를 발생하면 좋은 조건을 만들고 나쁜 의도를 일으키면 나쁜 조건과 결과를 초래한다. 의도 개입의 과정을 잘 알아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든가 유익한 결과를 초래하도록 하는 것이 명상의 핵심이다. 의도 개입은 자신의 과거 경험, 기억, 사유 구조에 의해 영향 받는다.
집중(에까가따, one-pointedness) 지속하게 하는 힘, 한 가지에 계속해서 작용하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우리가 삼매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바로 이 기능을 지칭한다. 일반적인 의미는 집중력을 말한다. 이 기능이 작용하면 마음이 한 대상을 향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한다. 마음이 산란한 사람은 이 기능이 대체적으로 부족하다. 노력하면 이 기능이 계발되고 강화되는데 팔정고의 정정(正定)은 이 기능을 올바르게 계발하는 것이다. 자각력을 키우기 수행을 하든지 집중력을 수행을 하든지 모두 이 집중의 이 기능이 작용한다. 동시에 이 기능을 향상시킨다. 집중에는 본 집중, 순간 집중, 예비 집중 중 세 가지가 있다. 본 집중은 하나의 대상에 지속적으로 의식을 몰두하는 것이다. 순간 집중은 변하는 대상을 향해 매 순간 새로운 집중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예비 집중은 집중된 상태로 가는 과정의 마음이다.
모든 인간은 항상 이 기능이 작용한다. 그 힘에 차이만 있을 뿐이다. 비유를 들어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으킨 생각이 대상에 밀착되게 한다. 만약 공포, 분노, 욕망 따위의 해로운 마음 대상에 작용하면 오랫동안 그것들의 속박에 갇혀 있게 된다.
그러나 대상에 머무르는 시간과 힘을 자유자재로 통제 할 수 있게 되면 신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보통 인식 대상은 끊임없이 생멸을 거듭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변하지 않는 관념적인 대상을 만들어 고정시키면 삼매가 생긴다. 이 상태를 활용해 특별한 능력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
지속 및 생명 기능(지위띤드리야, psychic life) 이 기능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작용을 한다. 어떤 생각과 기능이 일관되게 작용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몸에서는 세포분열이 계속되게 하고 마음으로는 생각이 이어지게 하는 작용을 한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육체적인 신진대사 활동이 아무 무리 없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신진대사가 계속적 이어지게 작용하는 역할을 바로 이 생명 기능 요소가 담당한다. 마음과 몸은 순간순간 생겨났다 사라진다.
마음은 일어났다 사라지는 순간이 극히 짧지만 육체의 세포는 종류에 따라 오랜 시간 머물다 사라지는 것들도 있다. 세포 수준에서 봐서 그렇지 그 안에 더 들어가 원자, 중성자, 전자 수준까지 혹은 그 이전의 상태까지 접근하면 물질도 또한 빠르게 생겼다 사라지며 어떤 흐름을 만들어 간다. 이렇게 정신적, 물질적 현상들이 한순간 생겼다 다음 순간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지게 될 때 다음 순간이 생기도로 조건과 힘을 발휘하는 것이 이 지속 및 생명 기능이 하는 주요 역할이다.
이 기능이 없어지면 죽게 되며 부족할 경우 방금 전에 한 말을 잊어버리거나, 해야 할 일을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식사를 하다가 물을 가지러 식탁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아무 문제가 없다면 물을 가지러 간다는 생각과 의도가 지속돼 냉장고에 가서 문을 열고 물을 가지고 온다. 그러나 이 기능이 약하거나 없다면 일어났다가 본인이 왜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모르게 된다.
몇 년 전 영화 중에ꡐ모멘토ꡑ라는 것이 있다. 아내의 살인 사건 때문에 10분정도 밖에 기억을 못해 항상 어딘가에 메모를 하는 주인공이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에서 이 주인공은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 생명 기능이 약해 기억이 오래 지속되니 못하는 경우다. 우리 주변에서도 가끔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직전에 망각하거나 소지품을 잘 놓고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 기능이 약해서 그런 것이다. ③번 인식(산냐)과 연관돼 기억 능력을 유지하며 계발하면 이 또한 기능이 향상된다.
의식의 방향 선택 기능(마나시까라, attention) 텔레비전의 채널을 바꾸듯 의식할 대상으로 방향을 바꾸어주는 기능이다. 길을 걸어갈 때 생각을 골똘히 하게 되면 길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간혹 생각에 빠져 걷다가 무언가에 부딪히기도 하고 흙탕물에 빠지기도 한다. 개똥을 밟기도 한다. 혹은 아는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전혀 의식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이 생각하는 데에 방향 설정이 돼 있고 집중이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나 귀로 들어오는 정보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인식에 큰 충격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걷는 중이라도 눈에 보이는 것으로 의식을 돌려 주의를 기울이거나 귀에 들리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면 무엇을 보고 왔는지,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 걷고 난 후에 알게 된다. 이럴 때는 마음이 눈에 가 있거나 귀에 많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있을 때 이 기능이 한 곳에 작용하고 있어 생각만 하고 있다면 시끄러운 소리를 듣지 못한다.
이 기능은 빠르게 대상을 바꿀 수 있다. 눈과 귀, 생각 등의 감각기관 등으로 빠르게 전환해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한순간도 반드시 하나의 대상으로만 이 기능이 작용한다. 이 기능이 현재 순간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자주 다른 곳으로 향해 작용하게 되면 주위에서ꡐ사오정ꡑ소리를 듣게 된다. 외부에서 강한 자극과 신호가 발생하면 즉각 이 기능을 통해 마음은 그 대상을 향하게 된다. 대상으로 방향을 돌린 후 집중력의 작용으로 그곳에 머무르거나 아니면 다른 강한 자극에 의해 또다시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려 버린다. 명상을 통해 이 기능을 잘 단속해 쓸데없이 여기저기 대상에 마음이 한눈팔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집중력을 키워 마음이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않도록 붙들어 매놓는 것이다.
*.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마음 부수들
이 마음 부수들은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를 말한다. 마음 부수는ꡐ생각을 일으킴ꡑ, ꡐ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 ꡐ결심ꡑ, ꡐ정진ꡑ, ꡐ희열ꡑ, ꡐ열의ꡑ등 여섯 가지이다. 이 마음 부수들은 어느 마음에나 공통적으로 일어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마음에서 일어난다.
생각을 일으키는 힘(위따까, vitakka) 대상에 대해 생각을 일으키는 작용이다. ꡐ반복적으로 생각을 일어나게 하는 기능ꡑ마음 부수와 함께하여 생각과 추론, 깊은 사색 등을 끌로 간다. 명상을 하게 되면 이 기능들이 강화된다. 강한 집중 상태(삼매)를 만드는 핵심요소 이기도 하다. 의식을 어떤 대상으로 전환해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어두운 밤 멀리 움직이는 불빛을 보고 저 불빛이 무엇일까 생각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②ꡐ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ꡑ과 같이 작용해 생각이 계속 이어지도록 한다. 비유하자면 길 위에서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을 주워 들고 이리저리 살피는 것과 같다. 길에서 물건을 주운 것은 일으킨 생각과 같고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것은ꡐ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ꡑ과 같다.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위짜라) 생각을 지속적으로 일어나게 하는 기능이다. 마음은 순간 일어나고 사라진다. 때문에 대상을 향해 어떤 생각을 일으켰다 해도 지속적으로 생기는 작용이 없으면 같은 생각이 진행되지 않는다. ꡐ일으킨 생각ꡑ은 단순히 생각을 일으키는 작용이다. ꡐ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ꡑ은 계속해서 같은 성질의 생각이 일어나게 하는 기능이다. 일으킨 생각과 반복적으로 생각하게 함을 통해 대상을 심도 있게 검토한다. 거듭거듭 이 과정이 지속되면서 집중력과 맞물려 작용하면 대상에 마음이 몰입되는 경지에 이른다. 대상에 마음이 완전히 밀착되면 일으킨 생각이 필요 없어진다. 마음이 대상에서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에 생각을 따로 일으키지 않는다. 그 대상 자체에서 반복적으로 생각이 지속될 뿐이다. 그러다 이 반복적인 생각 또한 사라지고 집중과 평온한 의식만이 지속되는 단계에 다다른다. 이러한 상태는 집중이 고도로 발달해 체험하게 되는 삼매의 일종이다.
흔히 심사숙고한다는 말을 한다. 이때 심사가 이 두 마음 기능이다. 특히 팔정도의 정사유(正思)는 이 기능을 올바르게 계발하는 것을 말한다. 공부하는 학생이 이 기능이 강하다면 공부를 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공부할 대상을 지속적으로 고민해 해답을 얻기 때문이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들도 이 기능이 발달해 있다.
결심(아디모카, adhimokkha) 결정, 결의, 결심, 확신, 결단의 기능을 한다. 경험 또는 믿는 마음을 근거로 일어난다. 명상을 시작하게 될 때 자신이 택한 명상법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 또는 믿음을 가지고 이 명상법을 통해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좋은 결과를 얻어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또한 명상과 도덕적 생활을 위해 말과 행동, 음식 따위를 삼가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이 결심의 기능이다. 명상의 효과를 체험하거나 명상을 통해 어떤 현상의 실제 모습을 알고 이해하게 되면 더욱 이 결심의 작용이 강해져 명상에 매진하게 된다. 명상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종교 생활을 하는 과정에 종교에서 요구하는 정신과 실천 덕목을 받아들이고 잘 받들어 행하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이 기능의 역할이다. 또한 나라와 정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정진(위리야) 정진, 노력, 힘, 원기 등의 뜻을 가진 기능이다. 목표성취를 위해서는 반드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떤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할 때 이 기능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명상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한다. 강화시켜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계발해야 한다. 이 기능이 많이 계발되면 공부와 업무를 성실히 하는 성격이 형성되고 근면해지는 효과가 있다. 선천적으로 근면한 사람은 이 기능이 태어날 때부터 강한 것이다. 팔정도의 정진(精進)은 이 기능을 올바로 계발하는 것이다.
희열(삐띠) 큰 기쁨, 희열, 환희, 황홀의 기능을 한다. 충분한 만족감의 특성을 지니는데 명상의 장애가 되기도 하고 자극이 되기도 한다. 명상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 너무 집착하면 장애가 된다. 하지만 적당한 원동력으로 삼아 다음 단계를 목표로 한다면 더 큰 분발심이 생겨 빠른 진보를 이루어 낸다. 일상생활에서도 이 기쁨의 마음이 발생한다. 스스로 만들어 내기보다는 어떤 조건이 이루어졌을 때 생기는 조건적 기쁨이며 금방 사라진다. 명상에 숙달되면 어떤 상태에서 이 느낌이 생기는지 터득하게 된다. 원한다면 이 느낌 속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 워하지 않아도 방해되는 요소 없이 자연스럽게 이 느낌이 지속돼 참행복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열의(찬다, chanda) 열의, 의욕, 하고자 함, 의지 등의 뜻을 가진 기능이다. 유익한 마음에 작용하게 한다면 큰 성취와 만족, 존경이 따른다. 욕망, 갈망 등 해로운 마음에 작용하면 자신과 타인을 괴롭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기능은 우리 생활에서 불과 같은 역할을 한다. 관리와 사용을 잘한다면 아주 유용하지만 무관심하거나 잘못 사용하면 재앙과 고통을 초래한다.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한다면 미워하는 마음에 이 열의가 작용하는 것이다. 어떤 물건을 몹시 가지고 싶어 하거나 어떤 사람을 열렬히 좋아할 때도 이 기능이 간섭하는 것이다. 불과 같은 성격도 있어 해롭게 작용하면 자신도 태우고 남도 태운다. 명상을 통해 부정적 열의를 제어하고 동시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마음에 열의가 함께하도록 한다면 참행복감을 누리게 된다.
*. 명상에 중요한 아름다운 마음 부수
아름다운 마음 부수에는 총25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명상에 아주 중요한 ꡐ믿음ꡑ, ꡐ알아차림ꡑ, ꡐ마음의 경안ꡑ, ꡐ절제ꡑ, ꡐ무량ꡑ, ꡐ어리석음 없음ꡑ등의 마음 부수에 대해 알아본다.
믿음(사다) 신뢰와 순수하고 깨끗한 존경심의 뜻을 가진 마음 부수다. 어떤 가르침과 진리를 접하고 일어나며 확신과 결심을 끌어낸다. 명상하겠다는 마음을 일으키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된다. 종교나 진리, 주장, 이데올로기 등에 마음을 바쳐 받아들이는 정신 자세 등을 믿음이라 한다. 이 기능의 작용으로 지극한 정성이 우러나오게 된다. 수행 시 만나게 되는 장애와 고통을 극복하게 해준다.
알아차림(사띠, sati, 마음챙김, 자각, 통찰) 대상을 직면하고 강하게 인식하는 기능이다. 마음을 기울여 순간의 현상을 알아차리고 아는 기능이다. 볼 때는 보는 줄 알고 걸을 때는 걷는 줄 아는 기능을 말한다. 이 기능은 모든 것에서 유익하다. 특히 참행복을 얻고 자신을 잘 파악하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능이다. 명상에서 이 기능이 제일 중요 하게 쓰인다. 이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도록 다른 기능들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자각력 키우기, 차명상 등의 명상에서는 모두 이 기능을 계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안 쓰면 작용하지 않지만 사용하려 한다면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팔정도의 정념(正念)은 이 기능을 올바르게 계발하는 것이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아는 기능을 한다. 힘이 커지고 기능이 강화되면 점점 실제적이고 실체적인 존재의 성질을 알게 된다. 이 기능을 써서 먼저 자신의 마음이 어떤 모습인지를 안다. 순간순간 마음 공간에 주로 이 자각의 마음이 일어나게 만들어 자신을 해롭게 하는 요소를 차단한다. 아는 기능을 통해 깨닫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해롭고 오염된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놀이 공원에 있는 유령의 집은 알고 나면 무지 무섭지 않다. 마찬가지로 제대로 알고 나면 자신을 괴롭히는 감정적 반응에서 벗어나게 된다. 제대로 확실히 아는 것을 흔히 깨달음이라고 표현한다. 알아차림 기능은 항상 작용하는 기능이 아니다. 노력과 훈련을 통해 계발한다.
마음의 경안(citta-passaddhi) 깨달음 일곱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편안함, 고요함 등의 뜻을 가진 기능이다. 흐르는 물이 맑고 깨끗해야 바닥이 보인다. 명상에서도 마음이 들뜨지 않고 혼탁하지 않아야 있는 그대로 대상이 보인다. 이 상태는 마음이 들뜨지 않고 안정돼 있는 것이다. 마음이 가벼워 대상을 강하게 알아갈 때 방해하는 요소가 없는 상태이다. 마음이 이 상태에 있으면서 동시에 강하게 깨어 있어야 명상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음이 무거운 상태에서는 대체로 정신력과 자각 능력이 무뎌진다. 심지어 명상에 대한 회의까지도 들게 한다. 이 기능을 개발해 들뜸과 불안, 우울 등을 제어해야한다.
절제(위라띠 virati) 기뻐하는 것에서 벗어남, 끊음, 절제, 자제를 뜻하는 마음 부수다. 절제의 마음 부수에는 바른말(正語), 바른 행위(正業), 바른 생계(定命)등 세 가지가 있다. 바른말은 거짓말, 이간질, 욕설, 천한 잡담을 하지 않는 것이다. 바른 행위는 살생과 도둑질, 삿된 성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바른 생계는 바른말과 바른 행위가 되도록 하는 생계 수단을 말한다. 명상을 장애 없이 잘하기 위해서는 내부나 외부적으로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로 다른 사람의 감정에 상처를 주었다면 양쪽 모두 마음이 편치 않다. 술, 도박, 성적 쾌락에 허덕이게 되면 명상하며 사는 길과 점점 멀어진다. 바쁘게 정신없이 움직이며 살아간다면 마음도 더불어 분주해져 차분히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표볼겨를이 없다. 언행을 잘 다스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파장을 불러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행위와 하는 일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수수하고 조심스럽게 살아간다면 큰 골칫거리는 생기지 않는다. 이 기능을 계발해 명상과 우리의 삶이 평화롭고 조화로운 상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계발된 절제의 기능은 더욱 명상의 진보를 가져다준다. 존경과 평화로움이 찾아온다.
무량(無量) 헤아릴 수 없음의 뜻을 지닌 마음 부수로 ‘연민’과 ‘같이 기뻐함’등 두 가지가 있다. 보통 사랑의 감정과 느낌을 가지면 이 기능이 작용하는 것이다. 예속과 집착을 가진 사랑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이 느끼는 순수한 사랑이다. 자비라고도 표현하는데 상대방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연민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고 그 사람이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고를 당해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을 보고 힘이 닿는 대로 도와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받게 해주는 마음과 같다. 사회 복지시설을 찾아 같이 시간을 보내주고 봉사하는 마음을 내도록 한다.
같이 기뻐함은 순수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기쁨을 함께 기뻐해 주는 것이다. 정확한 예는 아니지만 스포츠 경기에서 한국 팀이 승리하게 되면 선수 못지않게 모든 국민이 다 같이 기뻐하는 것과 같다.
무량의 두 기능은 명상이 나 혼자만의 행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존재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유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들은 명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강조된다. 또한 강한 집중력을 형성하게 하고 삼매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그러면서 명상하는 사람에게 더 큰 자극을 주어 더 한층 분발하게 한다. 사랑의 마음 주기 명상법에서는 이 기능들을 주로 활용하며 계발시킨다.
어리석음 없음(아모하, 통찰지) 어리석음 없음은 지혜로운 상태를 말한다. 아는 작용을 방해하는 편견과 사견, 의도의 개입 없이 있는 그대로를 깨끗이 보고 알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어리석음이란 여러 부정적인 요소가 개입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못보고 알지 못하는 상태다. 지혜는 방해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알거나 이를 바탕으로 생긴 견해이다. 팔정도의 정견(正見)은 이 기능을 올바르게 계발하는 것이다. 이 기능 역시 자각(알아차림)과 더불어 명상을 끌고 가는 쌍두마차 역할을 한다. 올바르게 보고 올바르게 아는 것이 참수행의 핵심이다. 올바르게 조금도 티가 섞이지 않게 완전 그대로 보고 알아서 생긴 견해는 우리를 짓누르고 지배해 왔던 요소들을 제거한다. 렌즈에 때가 끼면 선명하게 현상이 관찰되지 않듯이 지혜가 부족하면 깨끗하게 알아차리거나 통찰하지 못하고 수행이 어렵게 된다.
평소 우리는 우리의 행동과 정신 상태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산다. 이것을 무지 또는 어리석음이라 한다. 자신을 잘 모르는 것은 남이 자신을 비난해도 잘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의 행위나 생각을 잘 알고 있으면 타인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리석음 없음과 반대는 무지, 즉 어리석음인데 이 또한 하나의 마음 작용 요소이다. 이 요소가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지혜의 요소가 적어진다. 그러나 평소 우리는 이 무지가 많은 시간 작용한다. 순간순간 자신을 알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보는 것, 생각하는 것, 듣는 것, 맛보는 것 등의 대상에 빠져 자기 자신을 의식하지 못한다.
자신의 불행, 불만, 불만족은 결국 이 무지 때문에 영향력을 더욱 키워 간다. 자신과 함께 하면서 함께한다는 것을 완전히 감추고 있기에 제일 무서운 내부의 적이기도 한다.
옛날 인도에 한 수행자가 있었다. 평소 정신 수행에 큰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히말라야 산으로 수행을 하러 떠난다. 그곳에서 많은 고행과 수련 끝에 신통력을 얻게 되고 다시 옛날 살던 동네로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온 이후에는 다른 수행자들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빌어먹고 나무 밑이나 동굴 등지에서 생활했다.
얼마 후 이 수행자의 능력이 널리 알려지게 되고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왕은 이 수행자를 초청해 공양을 베풀었다. 전에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에 왕은 더욱 이 수행자를 존경하게 됐다. 그래서 매일 공양 베풀 것을 약속하고 매일 왕궁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행자는 그 청을 받아들이고 매일 공양을 받으러 왕궁을 방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방에 산적 떼가 출몰한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왕은 직접 군사를 거느리고 산적을 토벌하러 떠났다. 떠나기 전 왕비에게 매일 수행자에게 공양 베푸는 것을 잊지 말고 지극정성으로 임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공양 때가 되자 왕비는 정성을 기울여 음식을 준비하고 바닥에 앉아 수행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날 수행자는 다른 날과 달리 신통력을 사용해 왕궁의 2층까지 날아갔다. 갑자기 수행자가 날아오자 왕비는 놀라 벌떡 일어나다가 자신의 옷을 밟아 옷이 벗겨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왕비의 벗은 몸을 본 수행자는 순간적인 몸의 충동에 끌려 그만 왕비를 겁탈하고 말았다. 충동에 굴복해 큰 죄를 저지르고 만 수행자는 너무나 큰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바로 왕궁을 도망쳐 나온 수행자는 다시 히말라야 산으로 숨어 버렸다. 신통한 능력도 사라지고 더 이상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했다.
왕궁으로 돌아온 왕은 이 사실을 알고 큰 상실감에 빠져 버렸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인을 겁탈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믿기지 않았다. 군사를 풀어 그 수행자를 잡아와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복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포기했다. 그러나 그 후 다시는 그 어떤 수행자에게도 공양을 베풀지 않았다.
참으로 비통한 결말이다. 수행자나 왕비, 더 이상 복을 짓지 않기로 한 왕 모두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다. 이 모든 비극은 따지고 보면 한순간의 무지에서 발단된 것이다. 자신을 알지 못하고 욕망에 눈이 멀어 순간과 미래의 상황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몸에 병이 있거나 성격의 문제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것들은 대략적으로나마 그 실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지는 그 실체도 가늠하지 못하면서 지속적으로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아주 무서운 마음 요소다. 무지가 고통의 원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마지막 순간까지 모르는 경우가 전부다.
명상의 목적은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다. 그 목적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을 잘 관리해야 한다. 마음 관리 요령을 요약하자면 유약한 기능을 계발하고 해로운 기능은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해로운 기능이 억제되면 크게 힘들지 않다. 좋은 일이 없어도 힘들지 않으면, 마음이 고요하면 적게나마 만족의 상태가 유지된다. 이러한 만족은 곧 행복의 척도가 된다. 해로운 기능 가운데 왕 노릇을 하는 것이 바로 무지인데 이 무지는 깨어 있는 것으로 극복된다. 깨어서 맑은 정신으로 자신을 알고 있는 자각 기능을 강화시켜 무지의 상태를 줄여 나간다. 무지 속에서 살면서 왜 사는지도 모른 채 존재를 지속시켜 나가야 하는 자신의 모습을 파악한다. 좀더 깨어 있는 시간을 늘려 나가려 노력하고 좋은 방법을 찾는다. 이것이 지혜의 작용이다.
2. 의식작용 과정
이제까지 마음과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마음 부수에 대해 명상과 밀접한 몇 가지를 간략히 알아보았다. 명상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하려면 명상이 어떻게 작용해 마침내 행복해지는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과 마음 부수에 대한 기본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 이것들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또 어떻게 해서 우리가 원하는 상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중간에 의심이 생기지 않는다. 의문이 생기더라고 빨리 해결할 수 있다. 여행길에 오를 때 가는 길과 어떤 방법으로 목적지에 가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으면 불안하지 않고 지겹지 않다. 그 반대라면 더 멀게 느껴지고 예측이 안 돼 답답하다. 불안함을 느끼거나 멀미를 하게 된다. 명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길을 잘 알고 하면 명상 방법과 테크닉을 빠르게 익히게 된다. 또한 장에가 생기더라도 침착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다. 명상의 재미를 한층 더 만끽할 수 있다. 마음과 마음 부수는 앞에서 알아보았다. 이제 의식 작용 과정과 명상이 적용되는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 부분은 이해하기가 아주 난해하다. <아비담마 길라잡이>라는 책에 아주 상세히 나와 있다. 참조하기 바란다. 여기서는 대략적인 설명만 한다.
마음은 대상을 그냥 아는 의식이라 했다. 이 과정을 좀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대상이 있고 이 대상이 눈, 귀, 코, 혀, 신체, 생각 작용 등을 통해 인식된다. 대상의 신호가 감각기관에 접수되고 이 신호가 신경을 통해 뇌에 전해져 아는 (識)이 발생한다. 여기서 아는 식은 그냥 신호의 접수에 불과하다. 즉 지금 어떤 신호가 들어왔다는 것만 아는 수준이다. 여섯 감각기관을 통해 뇌에 쉼 없이 신호가 입력되지만 모든 신호를 다 접수하는 것은 안디. 대상에 따라 신호가 아주 강한 것, 강한 것, 작은 것, 아주 작은 것, 또한 선명한 것, 희미한 것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에 따라 다음 과정으로 처리가 진행되거나 별 충격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외부의 신호가 한번 접수됐을 때 마음은 그 한번의 신호를 대상으로 최대 17번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즉 17번 서로 다른 마음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외부 신호 한번의 시간은 눈 깜짝하는 시간보다 수십 배 짧다. 거의 극미 순간이다. 이런 짧은 순간에도 마음은 최대 17번까지 일어났다 사라질 수 있다. 마음은 일어났다가 다음 마음이 일어나게 하는 조건과 힘을 만들고 사라진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이러한 마음 작용은 강의 흐름처럼 연속적으로 흐른다. 이 연속적 흐름인 마음 작용을 통칭해 정신, 또는 영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 신호와 마음 또한 어떤 일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생겼다가 에너지가 다하면 사라지는 패턴을 가진다. 돌을 하늘을 향해 던지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다 땅에 떨어지듯 생성, 지속, 소멸의 패턴을 보여준다. 아주 작은 존재부터 커다란 존재에 이르기까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수명을 가지고 있다. 변하기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여기서 수명이라고 하는 것은 일정한 에너지의 크기를 의미하는데 존재마다 각각 다르다. 매 순간 에너지를 방출하며 생성, 지속, 소멸의 길을 간다. 이때 방출하는 에너지를 측정해 오래된 물건의 연대를 파악하기도 한다(방사성 붕괴 측정). 충전지의 건기를 고도하게 쓰면 빨리 에너지가 소모 되듯이 인위적으로 에너지 방출이 빨리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외부 신호가 들어오면 잠재의식(바탕흐름 의식)작용을 하고 있던 마음 작용의 흐름이 신호를 감지한다. 그러나 외부 신호는 아주 빠르다. 처음에는 그 신호를 바로 알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마음이 일어났다 사라진다. 바탕의식 과정에 있었기에 관성의 법칙으로 금방 외부 신호 인식으로 전환되지 못한다. 동요되고 흔들리는 상태로 그 다음 마음 한순간이 지나간다. 그다음 바탕의식을 대상으로 하던 마음 작용이 끊어진다. 바탕의식으로 마음 작용을 할 때는 외부의 신호 입력이 없어 처음 태어나면서 일으켰던 마음의 내용과 전생 죽기 전 마지막 일으켰던 마음의 내용, 살면서 겪었던 수많은 경험, 기억 등을 대상으로 마음이 생겼다 사라짐을 말한다. 깊은 잠을 잘 때, 기절했을 때, 또는 간혹 명상 중에 이 상태에 들어간다. 그 외 시간에는 외부 신호를 대상으로 혹은 경험과 기억, 추리 판단 등의 내부 생각 신호를 대상으로 마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살면서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들은 물리적으로는 뇌에, 정신적으로는 잠재의식(바탕의식)에 저장된다. 그 에너지의 강약에 따라 표면으로 튀어 올라 생각을 만들어 내고 인식과 판단 작용에 개입한다.
바탕의식을 대상으로 했던 마음 작용이 끊어지고 다음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신호로 방향을 바꾼다. 그 후 신호 인식 마음이 생긴다. 그 다음 신호를 받아들이는 마음, 조사 하는 마음, 결정하는 마음 등이 순간 차례로 생겼다 사라진다.
그러고 나서 ꡐ속행ꡑ또는 ꡐ자와나ꡑ라 부르는 정보처리 과정의 마음이 7번 생겼다 사라진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의도가 개입하게 된다. 정보처리 과정이 어떠한 틀에 의해 그 성질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때 이 틀은 자신 스스로 살아오면서 경험과 생각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들어온 정보를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게 된다. 물이 젖소의 신체 구조를 통하게 되면 우유가 만들어지고 뱀의 신체 구조를 통하게 되면 독이 만들어지듯 접수된 외부 신호도 자기 고유의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성질을 띠게 된다. 명상을 통해 모든 번뇌를 제거한 사람은 이 처리 과정이 순수하고 아무런 의도 개입이 없다. 즉 어떤 틀이 없어 여과 없이 정보가 있는 그대로 처리된다. 그래서 어떤 과보를 초래하지 않는다.
과보는 의도의 개입으로 인해 어떤 조건을 만들고 그 조건이 때를 만나게 되면 일어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바로 일어나는 과보도 있고 얼마 후에, 혹은 한참 후에 찾아오는 과보도 있다. 만들어진 조건이 흔하고 발생 빈도가 높다면 바로 결과가 생길 것이고 조건이 때를 만나기가 어려우면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결과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 만들어진 조건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어떤 변화를 가져 올 때까지 존속한다.
7번 정보처리 과정의 마음 작용이 끝나고 등록 또는 저장하는 마음이 두 번 생겼다 사라진다. 정보처리 과정에서 원하는 정보를 받아들이면 기뻐하는 등록의 마음이 생기고 원하지 않는 정보를 받아들이면 불쾌한 등록의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해서 외부의 한 신호에 대해 일어나는 17번의 마음 작용이 끝난다. 외부 신호가 아주 강할 때는 이렇게 17번의 마음 작용이 모두 일어난다. 그러나 생각을 대상으로 할 때, 혹은 신호가 약하거나 선명하지 않으면 몇 가지 과정이 생략되며 혹은 진행되다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이 매 순간 수없이 발생한다. 이런 작용의 흐름이 통상 마음이고 정신이 영혼이다.
3. 명상의 적용 원리
마음 부수 중에서 ꡐ생각을 일으킴ꡑ과 ꡐ반복적으로 생각을 하게 함ꡑ등의 기능이 크게 계발되면 마음은 하나의 관념적인 대상(생겼다 사라지며 변화하는 실제 대상이 아닌 정신적으로 만들어진 대상)에 오래 머무를 수 있다고 했다. 이때의 상황을 보면 의식 과정 중에서 자와나(속행) 즉 정보처리 과정이 보통 7번 일어났다 사라진다. 이 정보처리 과정이 어떤 한 패턴으로 단순하고 일정하게 계속 반복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삼매에 빠졌다고 한다. 능력에 따라 이 과정이 아주 오랫동안 유지 될 수 있다. 이때 본인이 원하는 패턴을 만들어 지속 시킬 수 있으면 신통력이 생긴다고 한다. 신통력은 얻기 어렵지만 노력해 이 삼매의 상태를 체험하게 되면 기쁘고 편안한 마음 상태가 지속됨을 경험할 수 있다.
자각력 수행에 있어서는 정보처리 과정의 마음들을 제어해 외부 신호나 정보의 성질에 상관없이 일정한 출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정보처리 과정의 마음들은 단지 작용만 하는 마음들이다. 그 속에 어떤 마음 부수가 주로 작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해로운 마음 부수는 점점 덜어내고 유익하거나 단순하게 자신을 의식하는 알아차림 마음 부수가 주로 작용하게 반복 훈련해야 한다. 그러면 욕구나 충동을 유발하는 마음도 점점 줄어든다. 대신 지속적인 평온과 순수하고 깨끗한 의식작용이 일어질 것이다. 이 상태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알아차리고 있는 시간과 힘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명상 하는 시간만 알아차리는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 대부분을 알아차리고 통찰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나를 인식하는 능력, 즉 통찰력이 강화되면 될수록 실제 모습을 더욱 잘 알게 된다. 그럴수록 정신과 물질에 대한 견해는 점점 사실적으로 변한다. 또 이제까지 학습과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불완전하고 왜곡된 견해를 타파하게 된다. 현상을 올바르게 보고 아는 지혜가 점점 커지게 된다. 이 지혜의 힘에 의해 나를 괴롭히는 요소들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 또한 지혜의 힘으로 더욱더 사실적으로 현상을 보게 되고 이로 인해 또다시 지혜는 증장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과보를 유발하는 마음 작용이 거의 소멸하게 된다. 마침내 이런 마음들이 전현 생기지 않으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알게 돼 자신에 대한 집착이 완전히 없어졌을 때, 끊임없이 정신과 물질 작용을 이어지게 하는 원동력인 ꡐ갈애ꡑ가 소멸된다. 이 갈애가 소멸되면 존재를 이루고자 하는 작용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존재의 에너지가 다하는 순간, 본래 있지 않았던 상태가 된다.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