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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II. 차(茶)를 마시자
2. 차 끓이기 (烹茶)
자, 이제 찻물이 끓고 있는 동안 물에 대한 얘기를 하지요.
'차는 물의 정신이고, 물은 차의 몸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은 차 다음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물의 성품은, 조용하고 고요하며 깨끗하고 맑아서
물과 만나는 물질의 참모습을 드러나게 합니다.
그래서 차 본래의 신령스러운 빛과 향기와 맛을 내기 위해선 물을 가려써야 하지요.
아무리 좋은 차라고 해도 물이 나쁘면
제 맛을 낼 수가 없습니다.
차를 끓여 마셔보면 물맛을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좋은 물이란 기본적으로 냄새가 없고, 맑고, 차야 합니다.
<서역기(西域記)>에서는 물의 선택기준으로 다음의 8가지를 듭니다.
'가볍고, 맑고, 차고, 연하고, 맛있고, 냄새가 없고,
마실 때 알맞고, 마신 뒤에 탈이 없는 것'이 그것이지요.
육우는 <다경(茶經)>에서,
'차 달일 물은 산물이 으뜸이요, 강물이 중품이요, 우물물이 하품이라'고 합니다.
율곡 이이는 산골짜기의 물을 마시면서,
'맑은 물은 무겁다. 흐린 물은 앙금 때문에 무거워 보이나 사실은 가벼운 것이다.'
라는 말을 남깁니다.
차 끓이는 물로는 산 중의 바위 틈이나 돌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를 최고로 여겼습니다.
석간수는 산의 정기가 모여 담백하고 맑으며 찬 기운을 뿜습니다.
물의 기운이 충실하기 때문에 길어놓은 후에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명산의 샘물이라 하더라도
흘러넘치지 않는 것은 쓰지 않습니다.
흐르지 않는 것은, 활수(活水 : 살아있는 물)가 아닌
사수(死水 : 죽은 물)로 여기기 때문이죠.
또한 해충이나 동물의 오물, 식물의 퇴적물 등이 섞일 가능성에도
안심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옛날엔 강물이나 냇물도 많이 사용하였지요.
강물은 강심(江心) 즉 강의 가운데에서 떠온 물이 좋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차를 끓일 땐 반드시 한강의 강심수를 썼다지요.
일반에서 주로 사용하는 물로는 샘물을 많이 썼는데요,
샘물 중에서도 경수가 아닌 연수를 사용하였지요.
시냇물과 샘물은 암석과 모래에 의해 자연적으로 여과를 거치므로
물이 맑고, 함유된 광물질 및 산화물질이 적어 차 맛을 향기롭게 합니다.
물의 성질은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성품이 연하고 담백한 연수질(흔히 단물이라고 합니다)과
철분이 섞인 경수질(흔히 센물이라고 합니다)이 그것이지요.
경수를 사용하면, 센물에 비교적 많은 칼슘이온이나 마그네슘이온 등 철분이
차의 탄닌산과 결합하여 검은 빛깔의 침전물이 생기므로
차가 맑지 않고 향기와 맛도 달라지므로 사용치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옛날엔 눈과 비를 받아다 쓰기도 했어요.
빗물은 경수지만, 끓이면 잡질이 쉽게 분해되어 연수로 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이야 그렇게 하면 큰일 나겠지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물 구하기가 쉽고
또 길 가다가 아무데서나 떠 먹어도 좋을 정도로 수질이 좋은 나라는 몇 안 됩니다.
유럽지역에는 뿌연 석회수가 많고,
어떤 나라는 아침부터 5시간을 모아서 물 한병을 겨우 구하는가 하면,
여행시 찻잔이 필수일 만큼 차를 많이 마시는 중국의 경우,
육류섭취량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이 탁해 그냥 마시기엔 부적합하고 꼭 끓여야 하므로
차가 발달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모든 환경이 예와 다릅니다.
마음놓고 떠 마셔도 좋을 물이 이젠 오히려 드문 것이죠.
요즘 시대 같아선 약수터에서 길어온 생수가
가장 구하기 쉽고 차맛을 내는 데에도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정 힘드신 분들은 수돗물도 무방하겠지요.
다만 수돗물을 쓰실 때는 미리 받아 항아리나 용기에 하루나 이틀 쯤 그대로 두어
물을 소독하느라 사용했던 염소 등의 성분과 칼키 냄새를
충분히 침전, 분리시켜야 합니다.
(수도물에는 세균을 죽이기 위한 각종 화학물질이
300여 종 이상 들어있다고 합니다.)
이 점 각별히 유의하세요.
만약 맥반석(alunite)을 구할 수 있다면
받아놓은 물에 넣어두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맥반석은 부유물을 침전시켜주고,
돌의 화학성분이 일부 대장균의 살균작용을 하며,
돌에서 미네랄 성분이 녹아나와 물맛을 돕습니다.
중국 전예형의 <자천소품(煮泉小品)>에서는,
'물 속의 깨끗한 흰 돌을 골라 샘물과 함께 달이면 더욱 묘하다'는 얘기를 합니다.
밤새도록 잠궈둔 수도꼭지에서 막 나오는 물과,
한 번 끓인 물을 다시 끓인 물,
증류수처럼 김이 센 물은 차를 달이는 것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연 수질 중에서 제일 나쁜 것은 (특히, 깊은) 우물물입니다.
우물물에는 칼슘, 인 등의 광물질과 산화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그것으로 물을 끓여 차를 우리면
찻물 위에 얇은 기름막이 형성되면서 차의 색과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차 마시기 위한 물의 저장에는 오지항아리를 쓰는 게 좋다합니다.
또한 독 밑에 작은 차돌을 깔아두면 물맛이 쉬이 변치 않는다지요.
보관은, 볕이 쬐이는 양지를 택하여 그 중 그늘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옛날, 사람에 따라서는 물의 종류를
15 내지 30 종류까지 분류하여 마셨다고 하는데요,
성현의 <용재총화(傭齋叢話)>에 나오는 이야기로는,
고려말의 기우자 이행(騎牛子 李行) 이란 사람이
물맛을 잘 감별하기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하루는 이행이 친구의 집에 놀러 갔습니다.
그집에선 다른 사람을 시켜 차를 밖에서 끓여오도록 했답니다.
이행은 차를 마셔보고 거기에 두 가지 물이 섞여있음을 알아차렸는데,
확인해 본 결과, 실제로 차를 끓이다가 물이 넘쳐
생수를 다시 부은 것이었다 합니다.
이행은 다음과 같이 우리나라 물 맛을 평했습니다.
'충주 달천강의 물이 첫째요, 한강 우중수가 둘째며, 속리산 삼타수가 셋째다'.
차를 적어도 2년 이상 꾸준히 생활화 해온 사람이라면
혀의 감각이 예민해집니다.
그런 사람은 음식을 먹어보면 금방 그 음식이
자기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음식에 대한 지각력이 고도로 발달하는 것이예요.
잠시 물이 끓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세요.
물이 끓는 것도 단계가 있습니다.
단계에 따라 그 상태를 나타내는 명칭이 있지요.
원래 화롯불로 찻물을 끓일 때는 불의 온도 맞추기도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물과 불은 서로 상극의 성질을 띠고 있어서
이 둘의 중화(中化)를 잘 맞춰야 차의 본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탕관에서 물이 끓는 소리가 나기를 기다려
차츰 부채질을 심하고 빠르게 하여 불의 상태를 조절하는 것을
'문무지후(文武之候)' 또는 '문무화후(文武火候)'라 일컬었습니다.
문이 지나치면 물의 성미가 사나워지고 유순하면 차가 가라않으며,
무가 지나치면 불의 성미가 사나워지고 차가 물을 제압해버립니다.
쉽게 말해, 물이 덜 끓으면 차맛이 안나고, 지나치게 끓여도 차맛이 달라지므로
이 둘의 중정에서 조화를 얻는 게 중요했던 것이지요.
그러자면 끓는 물의 상태를 분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끓는 물의 구별에는 '삼대변 십오소변(三大辦 十五小辦)'이 있습니다.
삼대변이란 크게 세가지로 구분한다는 것인데요, 곧
형변(形辨 : 기포의 모양으로 분별 - 內辨, 곧 안을 보고분별함)
성변(聲辨 : 끓는 소리로 분별 - 外辨, 곧 밖에서 분별함)
기변(氣辨 : 김이 오르는 모양으로 분별 - 捷辨, 곧 빨리 분별함)
이 그것입니다.
십오소변이란 위의 세가지 대변을 각각 다섯 단계로 세분한 것으로,
형변에는 해안(蟹眼 : 게 눈) → 하안(蝦眼 : 새우 눈) → 어목(魚目 : 물고기 눈)
→ 연주(連珠 : 이음구슬) → 용비(湧沸 : 마구 끓음), 용천(湧泉 : 마구 샘솟음)
→ 등파고랑(騰波鼓浪 : 파도가 일고 놀란 물결이 샘솟음)
성변에는 초성(初聲 : 처음 소리) → 전성(轉聲 : 구르 는 소리)
→ 진성(振聲 : 진동하는 소리) → 취성(驟聲 : 급한 소리) → 무성(無聲 : 소리 없음)
기변에는 일루(一縷 : 한가닥) → 이루(二縷 : 두가닥) → 삼루(三縷 : 세가닥)
→ 난루(亂縷 : 어지러이 날 림) → 기직충관(氣直沖貫 : 곧장 위로 꿰뚫고 치솟음)
이 있습니다.
각각의 네번째 단계까지는 '맹탕(萌湯 : 맹물)'이라 하고,
마지막 단계인 '등파고랑 - 무성 - 기직충관'의 상태를
다 익었다는 의미에서 각각 '순숙(純熟) - 결숙(結熟) - 경숙(經熟)'이라 부르며
이 때의 물로 차를 우립니다.
더 이상 지나치게 끓인 물은 노수(老水 : 쇤 물)라 하는데
이는 충분히 끓치 않은 눈수(嫩水 : 어린 물)와 함께
차 마시기엔 적합치 않다고 하지요.
보다 간략한 구분법에 삼대변 십오소변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비(一沸 : 1단계 끓음) - '어목(魚目)'.
끓는 소리가 막 나기 시작할 때입니다.
쉬쉬 하는 소리 가 솔바람 소리 같다고 그러지요.
이 때는 김발이 하나 둘 날리면서 바닥에 조그만 기포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비(二沸 : 2단계 끓음) - '용천연주(龍泉連珠)'.
끓는 소리가 한창 세차게 솨솨 울릴 때입니다.
기포가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연달아 올라오지요.
김이 마구 일어나는 때입니다.
삼비(三沸 : 3단계 끓음) - '등파고랑(騰波鼓浪)'.
이 때는 기포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고 물결이 세차게 요동칩니다.
끓는 소리도 줄어들지요.
김도 어지러이 날리지 않고 곧바로 주욱~ 올라옵니다.
이쯤에서 불을 줄입니다. 뜸을 들이는 거예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불을 끄세요.
그러면, '구름이 걷히고 바람이 잠들고 파도가 조용히 가라않는 상태'가 됩니다.
초의선사는 위의 3번째 단계를 순숙(純熟 : 잘 익었음)이라 불렀고,
고려인들은 이렇게 잘 끓은 물을 숙수(熟水 : 익은 물)라 했습니다.
이제 뚜껑을 열어두고 물을 가만 들여다보면
물 속에 아지랑이 같은 게 노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이 80 - 85도 정도 될 때까지 어림짐작으로 식히세요.
차 뿐만 아니라 커피 등도 이 온도가 가장 좋은 맛을 냅니다.
차의 품질이 고급일수록 이 온도는 약간 낮아지고,
반대로 저급일수록 이 온도는 약간 올라갑니다.
또 발효율이 높은 차일수록 온도가 높은 물을 써야 맛이 납니다.
우롱차나 철관음 같은 반발효차 종류와 홍차, 흑차 등은
95 - 100도 사이의 뜨거운 물을 사용하지요.
2. 차 끓이기 (烹茶)
자, 이제 찻물이 끓고 있는 동안 물에 대한 얘기를 하지요.
'차는 물의 정신이고, 물은 차의 몸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은 차 다음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물의 성품은, 조용하고 고요하며 깨끗하고 맑아서
물과 만나는 물질의 참모습을 드러나게 합니다.
그래서 차 본래의 신령스러운 빛과 향기와 맛을 내기 위해선 물을 가려써야 하지요.
아무리 좋은 차라고 해도 물이 나쁘면
제 맛을 낼 수가 없습니다.
차를 끓여 마셔보면 물맛을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좋은 물이란 기본적으로 냄새가 없고, 맑고, 차야 합니다.
<서역기(西域記)>에서는 물의 선택기준으로 다음의 8가지를 듭니다.
'가볍고, 맑고, 차고, 연하고, 맛있고, 냄새가 없고,
마실 때 알맞고, 마신 뒤에 탈이 없는 것'이 그것이지요.
육우는 <다경(茶經)>에서,
'차 달일 물은 산물이 으뜸이요, 강물이 중품이요, 우물물이 하품이라'고 합니다.
율곡 이이는 산골짜기의 물을 마시면서,
'맑은 물은 무겁다. 흐린 물은 앙금 때문에 무거워 보이나 사실은 가벼운 것이다.'
라는 말을 남깁니다.
차 끓이는 물로는 산 중의 바위 틈이나 돌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를 최고로 여겼습니다.
석간수는 산의 정기가 모여 담백하고 맑으며 찬 기운을 뿜습니다.
물의 기운이 충실하기 때문에 길어놓은 후에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명산의 샘물이라 하더라도
흘러넘치지 않는 것은 쓰지 않습니다.
흐르지 않는 것은, 활수(活水 : 살아있는 물)가 아닌
사수(死水 : 죽은 물)로 여기기 때문이죠.
또한 해충이나 동물의 오물, 식물의 퇴적물 등이 섞일 가능성에도
안심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옛날엔 강물이나 냇물도 많이 사용하였지요.
강물은 강심(江心) 즉 강의 가운데에서 떠온 물이 좋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차를 끓일 땐 반드시 한강의 강심수를 썼다지요.
일반에서 주로 사용하는 물로는 샘물을 많이 썼는데요,
샘물 중에서도 경수가 아닌 연수를 사용하였지요.
시냇물과 샘물은 암석과 모래에 의해 자연적으로 여과를 거치므로
물이 맑고, 함유된 광물질 및 산화물질이 적어 차 맛을 향기롭게 합니다.
물의 성질은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성품이 연하고 담백한 연수질(흔히 단물이라고 합니다)과
철분이 섞인 경수질(흔히 센물이라고 합니다)이 그것이지요.
경수를 사용하면, 센물에 비교적 많은 칼슘이온이나 마그네슘이온 등 철분이
차의 탄닌산과 결합하여 검은 빛깔의 침전물이 생기므로
차가 맑지 않고 향기와 맛도 달라지므로 사용치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옛날엔 눈과 비를 받아다 쓰기도 했어요.
빗물은 경수지만, 끓이면 잡질이 쉽게 분해되어 연수로 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이야 그렇게 하면 큰일 나겠지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물 구하기가 쉽고
또 길 가다가 아무데서나 떠 먹어도 좋을 정도로 수질이 좋은 나라는 몇 안 됩니다.
유럽지역에는 뿌연 석회수가 많고,
어떤 나라는 아침부터 5시간을 모아서 물 한병을 겨우 구하는가 하면,
여행시 찻잔이 필수일 만큼 차를 많이 마시는 중국의 경우,
육류섭취량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이 탁해 그냥 마시기엔 부적합하고 꼭 끓여야 하므로
차가 발달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모든 환경이 예와 다릅니다.
마음놓고 떠 마셔도 좋을 물이 이젠 오히려 드문 것이죠.
요즘 시대 같아선 약수터에서 길어온 생수가
가장 구하기 쉽고 차맛을 내는 데에도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정 힘드신 분들은 수돗물도 무방하겠지요.
다만 수돗물을 쓰실 때는 미리 받아 항아리나 용기에 하루나 이틀 쯤 그대로 두어
물을 소독하느라 사용했던 염소 등의 성분과 칼키 냄새를
충분히 침전, 분리시켜야 합니다.
(수도물에는 세균을 죽이기 위한 각종 화학물질이
300여 종 이상 들어있다고 합니다.)
이 점 각별히 유의하세요.
만약 맥반석(alunite)을 구할 수 있다면
받아놓은 물에 넣어두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맥반석은 부유물을 침전시켜주고,
돌의 화학성분이 일부 대장균의 살균작용을 하며,
돌에서 미네랄 성분이 녹아나와 물맛을 돕습니다.
중국 전예형의 <자천소품(煮泉小品)>에서는,
'물 속의 깨끗한 흰 돌을 골라 샘물과 함께 달이면 더욱 묘하다'는 얘기를 합니다.
밤새도록 잠궈둔 수도꼭지에서 막 나오는 물과,
한 번 끓인 물을 다시 끓인 물,
증류수처럼 김이 센 물은 차를 달이는 것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연 수질 중에서 제일 나쁜 것은 (특히, 깊은) 우물물입니다.
우물물에는 칼슘, 인 등의 광물질과 산화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그것으로 물을 끓여 차를 우리면
찻물 위에 얇은 기름막이 형성되면서 차의 색과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차 마시기 위한 물의 저장에는 오지항아리를 쓰는 게 좋다합니다.
또한 독 밑에 작은 차돌을 깔아두면 물맛이 쉬이 변치 않는다지요.
보관은, 볕이 쬐이는 양지를 택하여 그 중 그늘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옛날, 사람에 따라서는 물의 종류를
15 내지 30 종류까지 분류하여 마셨다고 하는데요,
성현의 <용재총화(傭齋叢話)>에 나오는 이야기로는,
고려말의 기우자 이행(騎牛子 李行) 이란 사람이
물맛을 잘 감별하기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하루는 이행이 친구의 집에 놀러 갔습니다.
그집에선 다른 사람을 시켜 차를 밖에서 끓여오도록 했답니다.
이행은 차를 마셔보고 거기에 두 가지 물이 섞여있음을 알아차렸는데,
확인해 본 결과, 실제로 차를 끓이다가 물이 넘쳐
생수를 다시 부은 것이었다 합니다.
이행은 다음과 같이 우리나라 물 맛을 평했습니다.
'충주 달천강의 물이 첫째요, 한강 우중수가 둘째며, 속리산 삼타수가 셋째다'.
차를 적어도 2년 이상 꾸준히 생활화 해온 사람이라면
혀의 감각이 예민해집니다.
그런 사람은 음식을 먹어보면 금방 그 음식이
자기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음식에 대한 지각력이 고도로 발달하는 것이예요.
잠시 물이 끓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세요.
물이 끓는 것도 단계가 있습니다.
단계에 따라 그 상태를 나타내는 명칭이 있지요.
원래 화롯불로 찻물을 끓일 때는 불의 온도 맞추기도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물과 불은 서로 상극의 성질을 띠고 있어서
이 둘의 중화(中化)를 잘 맞춰야 차의 본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탕관에서 물이 끓는 소리가 나기를 기다려
차츰 부채질을 심하고 빠르게 하여 불의 상태를 조절하는 것을
'문무지후(文武之候)' 또는 '문무화후(文武火候)'라 일컬었습니다.
문이 지나치면 물의 성미가 사나워지고 유순하면 차가 가라않으며,
무가 지나치면 불의 성미가 사나워지고 차가 물을 제압해버립니다.
쉽게 말해, 물이 덜 끓으면 차맛이 안나고, 지나치게 끓여도 차맛이 달라지므로
이 둘의 중정에서 조화를 얻는 게 중요했던 것이지요.
그러자면 끓는 물의 상태를 분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끓는 물의 구별에는 '삼대변 십오소변(三大辦 十五小辦)'이 있습니다.
삼대변이란 크게 세가지로 구분한다는 것인데요, 곧
형변(形辨 : 기포의 모양으로 분별 - 內辨, 곧 안을 보고분별함)
성변(聲辨 : 끓는 소리로 분별 - 外辨, 곧 밖에서 분별함)
기변(氣辨 : 김이 오르는 모양으로 분별 - 捷辨, 곧 빨리 분별함)
이 그것입니다.
십오소변이란 위의 세가지 대변을 각각 다섯 단계로 세분한 것으로,
형변에는 해안(蟹眼 : 게 눈) → 하안(蝦眼 : 새우 눈) → 어목(魚目 : 물고기 눈)
→ 연주(連珠 : 이음구슬) → 용비(湧沸 : 마구 끓음), 용천(湧泉 : 마구 샘솟음)
→ 등파고랑(騰波鼓浪 : 파도가 일고 놀란 물결이 샘솟음)
성변에는 초성(初聲 : 처음 소리) → 전성(轉聲 : 구르 는 소리)
→ 진성(振聲 : 진동하는 소리) → 취성(驟聲 : 급한 소리) → 무성(無聲 : 소리 없음)
기변에는 일루(一縷 : 한가닥) → 이루(二縷 : 두가닥) → 삼루(三縷 : 세가닥)
→ 난루(亂縷 : 어지러이 날 림) → 기직충관(氣直沖貫 : 곧장 위로 꿰뚫고 치솟음)
이 있습니다.
각각의 네번째 단계까지는 '맹탕(萌湯 : 맹물)'이라 하고,
마지막 단계인 '등파고랑 - 무성 - 기직충관'의 상태를
다 익었다는 의미에서 각각 '순숙(純熟) - 결숙(結熟) - 경숙(經熟)'이라 부르며
이 때의 물로 차를 우립니다.
더 이상 지나치게 끓인 물은 노수(老水 : 쇤 물)라 하는데
이는 충분히 끓치 않은 눈수(嫩水 : 어린 물)와 함께
차 마시기엔 적합치 않다고 하지요.
보다 간략한 구분법에 삼대변 십오소변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비(一沸 : 1단계 끓음) - '어목(魚目)'.
끓는 소리가 막 나기 시작할 때입니다.
쉬쉬 하는 소리 가 솔바람 소리 같다고 그러지요.
이 때는 김발이 하나 둘 날리면서 바닥에 조그만 기포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비(二沸 : 2단계 끓음) - '용천연주(龍泉連珠)'.
끓는 소리가 한창 세차게 솨솨 울릴 때입니다.
기포가 빠른 속도로 만들어지고 연달아 올라오지요.
김이 마구 일어나는 때입니다.
삼비(三沸 : 3단계 끓음) - '등파고랑(騰波鼓浪)'.
이 때는 기포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고 물결이 세차게 요동칩니다.
끓는 소리도 줄어들지요.
김도 어지러이 날리지 않고 곧바로 주욱~ 올라옵니다.
이쯤에서 불을 줄입니다. 뜸을 들이는 거예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불을 끄세요.
그러면, '구름이 걷히고 바람이 잠들고 파도가 조용히 가라않는 상태'가 됩니다.
초의선사는 위의 3번째 단계를 순숙(純熟 : 잘 익었음)이라 불렀고,
고려인들은 이렇게 잘 끓은 물을 숙수(熟水 : 익은 물)라 했습니다.
이제 뚜껑을 열어두고 물을 가만 들여다보면
물 속에 아지랑이 같은 게 노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이 80 - 85도 정도 될 때까지 어림짐작으로 식히세요.
차 뿐만 아니라 커피 등도 이 온도가 가장 좋은 맛을 냅니다.
차의 품질이 고급일수록 이 온도는 약간 낮아지고,
반대로 저급일수록 이 온도는 약간 올라갑니다.
또 발효율이 높은 차일수록 온도가 높은 물을 써야 맛이 납니다.
우롱차나 철관음 같은 반발효차 종류와 홍차, 흑차 등은
95 - 100도 사이의 뜨거운 물을 사용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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