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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호등이 없는 나라, 부탄

작성자
정운
작성일
201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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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813
내용

신호등이 없는 나라,부탄

 

길을 나섬에 설렘은 누구에게나 다 있을 것이다. 누구와 함께 어떤 것을 바라보고 공유하느냐에 따라 길 나섬에 대한 성공과 실패에 대하여 나름 점수를 매기게 된다. 이번 성지 순례길 은 어떻다는 등...

 

나는 올해로 세 번째 조계종 교육원에 실시하는 해외 성지순례에 참가 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성지를 답사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것을 순례자 모두에게 공감하도록 만들기 까지 진행자들의 성숙한 매너가 농익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하게 집을 나선 여행이 아닌 신앙의 행위에 넘어선 재발심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주어진 일정을 조정하고 경제적 준비를 한다.

 

이번 순례 길은 117명이 함께 했다. 가는 곳마다 축원과 칠정례로서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 하는 모습이 거룩하기 그지없었다. 이것은 교육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승가도 많이 변하고 있다. 그 변화를 자칫 잘못 생각하면 전통의 고유한 멋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포장되는 것이 변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변화는 옛것과 새것이 공존 할 때 가능한 일이다.

 

나는 이번 순례 길에서 우리나라, 우리 승가에서 이루어내지 못하는 네 가지 문화와 사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는 전통과 현대적인 것이 공존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온 도시는 부탄만이 가지는 전통양식의 지붕과 창문으로 이루어져있고 거리에는 남녀 모두 그들의 고유의상인 고(Gho)와 키라(Kira)를 멋스럽게 차려 입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다. 특히 관공서와 학생들 교복은 고와 키라로 통일된 모습이었다. 우리나라 학교처럼 학교마다 교복이 다른 것이 아닌 그들의 전통 복을 입으며 청바지 티샤스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둘째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종(Dzong)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종(Dzong)은 종교와 행정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부탄만이 가지고 독특한 기관이다.

그렇다고 사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원은 사원대로 존재하여 신앙의 귀의처로 남아 있다.

 

셋째는 신호등이 없는 나라이다.

내가 사는 이 시골마을에서 10분 거리 되는 시내로 나갈 때도 6개의 신호등을 거쳐야 갈수 있다. 하물며 한나라의 수도, 인구 12만 명, 차량 약 3만대가 있는 곳에 신호등이 없다는 것, 상상도 안 되는 일을 눈으로 직접 보았다. 정말 신호등이 없었다. 가끔 번화거리에 신호등을 대신해서 차와 사람에게 수신호로 보내는 교통경찰은 있었지만 그들의 손놀림도 그리 바삐 보이지는 않았다.

 

넷째는 국왕의 사진이다.

집집마다 사람들 가슴마다 국왕의 사진을 달고 다니는 모습이 이색적 이였다.

우리나라 대통령(왕)의 사진은 공공건물에 상징적으로 걸어 놓는 것과 전혀 다른 국민 스스로가 국왕을 사랑하는 일상적인 모습이라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국왕 스스로가 국민들을 하잖게 여기고 그 위에 군림하려고 했다면 이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 또 왕실의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아닌 국민의 행복을 위해 권력을 내려놓은 국왕 이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 세계를 통 들어 첫눈이 내리는 날, 임시공휴일로 정하는 여유롭고 낭만적인 국왕은 얼마나 될까, 이것이 부탄이라는 나라이다.

(2016년4월13일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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