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부처님께서 사왓티에 계실 때 위빳사나 지혜를 얻은 어떤 비구들과
관련해서 게송 40번을 읊으셨다.
오백 명의 비구들이 부처님으로부터 아라한까지 이르는 수행주제를
받아가지고 수행에 전념하기 위해 백 요자나를 걸어 어느 마을에 도착
했다.
마을 주민들이 그들을 보고 맛있는 우유죽과 여러 가지 음식을 올리며
물었다.
"스님들이시여,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수행하기 알맞은 장소를 찾아갑니다."
"스님들이시여, 여기서 삼 개월 안거를 보내십시오. 그럼 우리도 스님
들의 가르침 아래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받아 지키겠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비구들의 동의를 받아내고 말했다.
"스님들이시여,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숲이 있습니다. 그
곳에 머무르십시오."
비구들은 마을 주민들과 헤어져 숲으로 들어갔다.
그 숲에 사는 목신들이 비구들이 숲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계행을 갖춘 스님들이 숲에 들어와 나무 아래 머문다면 우리들이 아
내와 아이들과 함께 나무 위에서 사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목신들은 비구들이 오늘 하룻밤 머무르고 내일 떠나리라고 생각하며
가족을 데리고 땅에 내려와 머물렀다. 그러나 다음 날도 비구들이 마
을에서 탁발하고 숲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아마 마을의 누군가가 내일 공양에 초청했나보다. 그래서 스님들이
하룻밤 더 머물기 위해 되돌아온 걸 거야. 내일은 분명히 떠날 거야.'
목신들은 오늘은 떠날까 내일은 떠날까 초조한 마음을 달래며 땅에
머무르는 동안 보름이 지나갔다.
이제 의심할 여지없이 비구들이 우기 삼 개월을 여기서 지낸다는 것
이 확실해지자 목신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 스님들이 여기에 머문다면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무에 올라가
지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지만 땅바닥에서 지내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이다. 이 스님들을 쫓아버릴 좋은 방법이 없을까?'
목신들은 낮에는 선방에서, 밤에는 잠자는 꾸띠에서 또는 경행대 끝
에서 목 없는 귀신의 모습이나 다리 없는 귀신의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소름끼치는 귀곡 소리를 질러대며 비구들을 놀라게 했다. 설상가상으
로 비구들은 기침과 재채기 그리고 여러 가지 병으로 고생하고 있었
다. 비구들은 만나면 서로 이렇게 안부를 물었다.
"밤새 별 일 없었습니까?"
"저는 감기에 걸렸습니다."
"저는 어젯밤에 목 없는 귀신을 보았습니다."
"저는 으스스한 귀곡소리를 들었습니다."
"이곳을 속히 떠나야 합니다. 이곳은 수행하기 좋은 장소가 아닙니다.
부처님께 다시 가도록 합시다."
비구들은 그 숲을 떠나서 여행한 끝에 머지않아 사원에 도착했다. 그
들이 부처님께 가서 삼배를 올리고 한쪽에 공손하게 앉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왜 안거 기간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돌아왔느
냐?"
"부처님이시여, 우리가 그곳에 있을 때 무시무시한 형상들이 나타나
놀라게 했습니다. 그곳은 수행할만한 장소가 아니어서 돌아온 것입니
다."
"비구들이여, 그곳이 그대들이 되돌아가야할 곳이다."
"부처님이시여, 절대로 되돌아가지 않겠습니다."
"비구들이여, 처음에 갈 때는 무기가 없이 갔지만 이번에는 무기를 가
지고 가거라."
"부처님이시여, 무슨 무기입니까?"
"내가 새로운 무기를 주겠다. 이 무기를 가지고 가야한다."
부처님께서는 자애경을 설하셨다.
널리 이로운 일에 능숙하여 열반의 경지를 이루려는 이는
유능하고 정직하고 고결하며 온순하고 부드럽고 겸손하라.
만족할 줄 알고 공양 받기 쉬우며 분주하지 않고 간소하며,
감관은 고요하고 슬기로우며 거만하거나 탐착하지 말지어다.
슬기로운 이가 나무랄 일은 어떤 사소한 것도 삼가하오니
안락하고 평화로워 모든 이들이 행복할 지어다.
살아있는 생명이면 어떤 것이나
갈애가 있거나 없거나
길거나 크거나 중간이거나
짧거나 작거나 비대하거나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가깝거나 멀거나
태어났거나 태어날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기를!
서로를 속이지 말고 헐뜯지도 말지니
어디서든지 누구든지
분노 때문이든 증오 때문이든 남의 고통을 바라지 말지어다.
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목숨으로 감싸듯
모든 생명을 향해 가없는 자애를 키워나가라.
일체의 세계에 대해 위로 아래로 사방으로
장애 없이 원한 없이 적의 없이 무량한 자애를 닦을지어다.
걷고 있거나 서있거나 앉아있거나 누워있거나 깨어있는 한
자애의 마음을 굳게 새기니 이것이 거룩한 마음가짐이로다.
사견에 빠지지 않고 계행과 지혜를 갖추어
감각적 욕망을 제거하면 다시는 모태에 들이 않으리라.
부처님께서 자애경을 설하시고 나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숲 밖에서부터 자애경을 암송하면서 숲 속 수
행처로 들어가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가르침을 내리시고 그들을 떠나게 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숲에 도
착했다. 그들은 숲 밖에서 자애경을 합송하면서 숲으로 들어가자 숲속
에 사는 목신들의 마음에 비구들에 대한 따사로운 감정이 솟아나기 시
작했다. 목신들은 몸을 나타내어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가사와 발
우를 받아들었다. 비구들의 손과 발을 닦아드리고 사방에 호위를 서며
비구들을 보호했다. 이제 귀신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숲이 고요해지
자 비구들의 마음도 고요히 가라앉았다. 비구들은 낮의 선방에서나 자
신의 꾸띠에서 열심히 위빳사나 지혜를 얻기 위해 수행했다. 그들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에 주의깊게 마음챙기며 무상
하고 괴롭고 고통스런 몸과 마음의 본질적 특성을 통찰하였다.
"이 몸은 부서지기 쉽고 실체가 없는 것이 마치 질그릇 같구나!"
그들은 위빳사나 지혜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부처님께서 간다꾸띠에 앉아 있으면서 비구들이 위빳사나 지혜를 갖
추기 시작했다는 것을 아셨다. 부처님께서는 백 요자나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마치 그들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광명의 모습을 나투시고
여섯 색깔의 빛을 놓으면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러하다. 이 몸은 질그릇처럼 부서지기 쉽고 불안정하
다. "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게송을 읊으셨다.
이 몸은 항아리처럼 부서지기 쉬우니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굳건하게 지켜라.
지혜의 칼로 마라를 물리치고
물리친 뒤에도 굳건하게 보호하며
크고 작은 얻음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 설법 끝에 오백 명의 비구들은 아라한과를 성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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