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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뺏고 싶은 본능과 잘사는 길

작성자
일승
작성일
2009.10.26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982
내용
by 김근식(아주자동차대학 교수)

세상에 태어나서 안락하고 행복하게 잘사는 방법이 무엇일까? 라는 물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이 의문에 대하여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 고찰해보기로 한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감각기관(根)은 물질과 정신이 미묘히 화합해 있기 때문에 주변의 조건이 달라지면 그것 또한 함께 달라지려 한다. 그러나 정신적인 ‘나’의 집착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현재의 상태를 불변의 ‘나’로 강한 집착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변화를 허용하지 못한다. 무거운 짐을 받쳐 들고 있듯이 변하려는 것을 막고 있는 ‘나’의 집착은 몹시 괴로움을 겪게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누구나 사랑스런 대상은 끌어들이고 미운 것을 없애거나 멀리하며 되도록 편하려는 업(業)을 일으키게 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 있는 존재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유지하고 즐거움을 맛보기 위하여 생명과 재물 빼앗음은 물론 강제로 성폭행하거나 갖가지 거짓과 이간질 등으로 상대를 현혹시킨다. 이는 빼앗고자하는 탐내는 마음과 상대가 응해주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미워하며 인과를 모르는 무지가 근간이라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잘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연 ‘나’를 유지하고 잘살기 위하여 빼앗는 업을 일으켜야만 하는가? 모든 유정물(有情物)도 ‘나’와 마찬가지로 편하고 현재를 유지하기 위하여 쉼 없이 업을 일으킨다. 누구나 조금만 참구해보면 내가 잘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도와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내가 먼저 남의 괴로움을 해결해 줄 때 남이 나를 도와주게 될 것이다. 남이라는 존재가 몰랐을 때에는 나를 위협하는 적이었지만 알고 보니 함께 살아가야할 절대로 필요한 동반자인 것이다.

이상의 세간법 즉 12처-업설의 핵심에서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은 바로 빼앗음의 마음을 바꾸어 베품의 마음으로 변해야만 세상에서 잘 살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이 법문은 생로병사의 문제를 다루는 출세간법에서도 이어진다. 출세간법의 처음 법문으로 연이생법을 다루는 18계-6.6법의 가르침에서도 아집의 마음으로 인하여 자신의 무수한 과거 모습과 늘 비교하면서 존재에 대한 내적 갈등을 일으키는 촉(觸)의 마음으로 인하여 ‘나’는 온갖 번뇌와 괴로움을 받게 된다. 이에 부처님은 촉심(觸心)으로부터 해탈하기 위하여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아집을 버리고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한다. 어떻게 변할 것인가? 바로 남에게 빼앗으려는 마음과 행동에서 베풀려는 마음과 행동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계신다.

이어서 불교의 가장 핵심법문이라 할 수 있는 6계-5온 4제설에서도 ‘나’와 ‘남’의 차별상이 없는 6계의 세계에 대하여 계합(契合)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5온의 처음에 등장하는 색(色)의 마음이다. 5온에서 색은 절대로 단순한 물질이 아닌 내 마음속에 현재의 ‘나’의 모습에 대하여 아집을 취함으로써 ‘나’와 ‘남’을 쉼 없이 차별하고 비교하는 마음을 뜻한다. 이에 불교에서는 가장 근간이 되는 인간의 아집이라고 하여 색(色)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색의 마음속에는 자타 차별상이 발생함과 동시에 생성하는 촉심(觸心)도 포함된다. 색의 마음을 버리고 아라한이 되는 길이 제시된 37조도품의 수행법에서도 빼앗음이 아닌 베품을 중히 여긴다.

생로병사의 궁극적인 해탈의 비밀을 제시하고 있는 밝힘(明)-12연기법문은 이상에서 언급한 법문의 종합이므로 베품을 역시 중시 여긴다.

일불승을 향한 3승방편 중 보살의 수행법을 다루는 반야부의 6바라밀에서도 베품을 먼저 강조하고 있다.인생을 어떻게 살아야만 잘사는 길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하여 이상에서 간략하게 살펴본바와 같이 부처님께서는 어느 법문에서나 빼앗음의 마음을 반드시 버리고 세상을 동반자로 인식하여 먼저 베풀라고 가르치고 계신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어떤 경우에도 작은 벌레라도 죽이지 말며 남이 주지 않는 재물을 취하지 말며 사음과 거짓말을 멀리하고 술은 단 한 모금도 마시지 말고 어떤 경우에도 화를 내지 말라”고 우리들에게 신신당부하고 계신다. 이것이 빼앗음의 마음을 버리는 가장 소중한 수행법이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스승인 고익진교수님께서 생전에 남기신 게송 한 구절 옮긴다.
“한길을 걸어 나가는 보살이여,
항상 고요한 마음에 머물러 검소한 생활과 봉사에 힘쓰라.
그 마음이 미묘하게 움직여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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