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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전으로 보는 토끼 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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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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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367
내용

호랑이의 기상으로 힘차게 시작했던 경인년 한해가 저물고 2011년 희망찬 신묘년辛卯年이 시작됐다 신묘년은 토끼띠의 해다. 토끼는 우리의 정서 속에 가장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동물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속담이나 동요, 설화 등 우리 문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토끼의 속성이 농경민족의 특성인 우리 민족의 정서와 가깝기 때문이다. 토끼는 약하고 선한 동물로 그리고 재빠른 움직임에서 영특한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우나 호랑이 등 강한 동물들 틈에서도 꾸준히 살아남은 생명력이 강한 동물로 묘사되기도 한다.

십이지 가운데 토끼卯는 정동 쪽을 나타내고 시간으로는 오전 5시부터 7시까지를 의미한다. 토끼는 띠를 상징하는 동물 가운데 가장 생기가 발동하는 동물로, 신묘년 토끼띠의 해는 만물의 성장과 번성, 풍요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계수 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를 보며 평화롭고 풍요로운 이상 세계를 꿈꾸기도 했다.

헌신과 희생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인 토끼는 불교와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부처님께서 전생에 보살로서 수행한 일과 공덕을 이야기로 만든 경전인 <본생경>에는 토끼가 행한 보시행에 관한 일화가 나타나 있다. 부처님께서 제타바나에 계실 때, 한 장자가 부처님과 스님들을 초청해 지극히 공양을 올렸다. 공양을 받은 마지막 날, 부처님께서는 그 장자의 공양공덕을 찬탄하고 스님들의 요청으로 보시행에 관한 전생담을 설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전생에 토끼로 태어나 수달, 들개, 원숭이와 함께 숲 속에서 살았다. 토끼는 계율과 보살, 보시의 공덕에 대해 동물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끼는 하늘을 보고 보름이 다가온 것을 알고 친구들에게 “계를 지키고 보시를 행하면 좋은 과보가 있을 것이다. 걸식하는 비구 스님이 찾아오면 음식을 꺼내어 정성을 다해 공양을 올리라”고 당부했다. 토끼의 말을 들은 다른 동물들은 저마다 음식을 준비했지만 토끼는 공양 올릴 음식이 없었다. 평소 먹던 풀을 스님의 공양으로 올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몸을 공양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천상계의 제석천은 토끼의 진심을 시험해 보기 위해 스님의 모습을 하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제석천은 먼저 수달, 들개, 원숭이에게 가서 공양을 받은 뒤, 토끼를 찾아갔다.

토끼는 다짐한 대로 자신의 몸을 보시하기로 결정했다. 제석천은 땔감을 주워 모아서 불을 피우자 토끼는 그 불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제석천이 만든 불은 얼음처럼 차가워서 토끼는 전혀 화상을 입지 않았다. 제석천은 진심으로 시주하려는 마음을 지닌 토끼를 칭찬하고 달에 토끼 모습을 그려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귀감으로 삼도록 했다. 우리가 달에서 토끼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도 이 이야기에서 기원하고 있다.

어린 시절, 우리가 흔하게 들어 왔던 토끼의 간을 구하러 간 거북이 이야기 역시 불교에서 유래된 이야기다. <별주부전>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는 인도에 뿌리를 둔 불전설화佛典說話를 근원으로 한다. 옛날 인도에서 교훈적인 우화로 전해오다가 불교 경전에 포용되면서 종교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원래 인도설화에 등장하는 동물은 원숭이와 악어이고, 물에 사는 악어 아내가 원숭이의 간을 먹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었다. 불교 경전에 삽입된 고대 인도설화 가 불교의 전파와 함께 중국에 들어와 한자로 번역될 때 악어와 원숭이가 자라와 원숭이 또는 용과 원숭이로 변했으며, 이것이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그 주인공이 다시 토끼와 거북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된 최초의 기록이 <삼국사기>열전列傳 김유신 전에 삽입된 귀토설화龜兎說話인데, 내용을 보면 이야기 주인공의 변화를 알 수 있다.

토끼는 만화나 조각 등에서도 자주 등장할 뿐 아니라 사찰 곳곳에서도 전각, 조각, 벽화 등을 통해 다양한 토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서울 화계사, 순천 선암사, 김제 금산사, 남원 선원사, 상주 남장사, 양산 통도사, 여수 흥국사 등이 대표적인 사찰이다. 특히 전남 유형문화재 제 169호인 순천 선암사 원통전에는 방아 찧는 두 마리 토끼를 만날 수 있다. 원통전 출입문에 장식된 토끼는 ‘투조모란꽃살문’의 하단에 조각된 것으로, 둥그런 달은 2중 원으로 표현하고 그 속에 두 마리의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 토끼는 상징적으로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는 동물이지만, 특히 달과 연관되어 달에 살고 있다고 얘기하거나 달 자체와 동일시하기도 한다. 서울 화계사 나한전 별화에서는 꼬리를 늘어뜨린 백호에게 담뱃대를 전달하는 토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김제 금산사 부제루에는 누운 자세로 건물 부재를 받치고 있는한 쌍의 토끼가 있으며, 여천 흥국사 대웅전 축대 위에는 돌을 깎아 만든 토끼 상이 있다. 통도사 명부전 내벽에는 토끼가 거북이 등에 올라타고 용궁을 향해 가는 장면이 그려져 있으며, 남장사 극락보전의 그림은 토끼와 거북이 일행이 육지를 막 떠나는 장면을 그렸다. 남원 선원사 칠성각에도 거북이와 토끼를 조각한 목조 장식물이 있다.

사찰에서 나타나는 토끼의 경우 단순이 토끼 문양이 아니라 밝고 깨끗함을 상징하는 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토끼로써 달은 표현하는 것은 전통시대 장식 미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징적 수법이다. 이처럼 사찰 건축 및 그림들에 나타난 토끼는 부처님의 본생담과 관련 있는 동물로 사찰 장식 미술의 소재로 수용돼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어 왔다.

토끼와 관련된 세시풍속으로 토끼날에 대한 풍속이 있다. 음력 정월 첫 번째 묘일卯日을 ‘토끼날’이라고도 하며, 특히 이날은 장수를 비는 날로 알려져 있다. 이날 새로 뽑은 실을 ‘톳실’이라고 하는데, 이 실을 차고 다니거나 옷을 지어 입으면 수명이 길어지고 재앙을 물리친다는 풍속과 함께 약 한 자 정도의 명주실을 청색으로 물들여 팔에 감거나, 옷고름이나 주머니 끈에 차면 명이 길어진다는 풍속이 전해진다. 또 토끼는 털이 많은 짐승이라 정초에 묘일이 들어 있으면 목화가 풍년이 든다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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