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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전한 연하장(年賀狀) 한통
한해가 가고 또 한해가 시작 되었다.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순간순간을 시작이라는 의미를 만들고 또한 시작이 있음 그 마디마디에 매듭을 지어 마무리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12달의 주는 지혜이다.
새해는 신선하다. 또 하나의 시작이다. 이 시작은 과거에 구속 되지 않겠다는 큰 의미와 함께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드는 것이다. 희망을 만드는 일을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에 인연 있는 사람과 함께 나누자는 의미이다.
이 의미로 연말 년 초가 되면 주변 지인들에게 소망이 담김 축하 메시지나 덕담을 나누는 풍습이 연하장이 아닐까 싶다
이 연하장은 15세기 독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기 예수의 모습을 축복하는 글이 담긴 카드를 동판(銅版)으로 인쇄하여 서로 주고받았고, 19세기 후반부터 크리스마스카드에 신년인사를 덧붙인데서 시작 된 것이 연하장이라 한다.
우리나라 연하장은 새해를 맞아 임금이나 웃어른들에게 문안하던 명함(名銜)세배와 문안단자(問安單子)가 모태였다. 공식명칭을 얻는 최초의 연하장은 1890년 우정국이 발행한 것이다. 이러한 연하장 풍습은 인터넷이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오면서 다양하게 변했다. 몇 번 클릭으로 그림카드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카드, 동영상카드 캐럴 송 등 배경음악까지 보낼 수 있다.
인터넷 연하장은 잠시잠깐 보는 즐거움은 있다. 하지만 깊은 맛은 없다.
연하장을 파는 가게에 가서 보낼 상대를 생각하며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연하장 한 장을 고르는 마음, 또 그 사람과의 관계, 어떤 덕담을 나눌 것인지 생각 또 생각하면서 손 편지로 꼭 꼭 눌러 몇 자의 안부를 적어 보낸다면 이 연하장은 그 어떤 선물보다도 참으로 기분을 좋게 할 것이다.
나는 올 년 초 참으로 기분 좋은 연하장 한 장을 받았다. 건아가 보낸 것이다. 건아는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여자아이며 세원사 어린이 법회 최연소자이다.
어린왕자 그림이 있는 4단식 접이 카드에 연필로 꼭꼭 눌러 쓴 힘이 보이는 연하장이다. 내용도 아주 간단하다. 겉치레 인사가 없는 정말 본인이 느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내용이다.
“ 선물을 많이 사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건강하세요 글 뒤에는 아주 작은 그림 하나가 더 붙여있다. 아프면 주사를 맞는다는 의미로 그린것이라고 했다. 평소에 이 아이가 나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구나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그 마음이 보이는 연하장 이였다. 아이에게 이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그 엄마의 양육방식이 참으로 신선했다.
카드를 고르는 방법, 내용을 쓰는 방법, 우표을 붙여 우체 함에 넣는 방법, 우표 한 장으로 상대에게 배달되는 과정, 이것을 받아 읽어가는 사람의 마음까지, 산교육을 한 것이다.
가끔은 이런 경험을 한다. 상대에게 일이 있어 문자를 보내면 답이 없는 사람이 있다. 물론 동시다발적으로 보내는 내용들은 공해일수도 있어 무시해 버릴 수 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일이 있어 보낼 때는 답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을 보면 더 이상 공감의 값어치를 느끼지 못한다.
자기 생각을 분명히 전해야 하는 것이 소통이다. 그래야 계속 관계가 유지 된다.
나는 건아와 관계를 계속 유지 하고 싶어 연하장 한 장을 사들고 와서 손으로 펜을 꼭꼭 눌러 답장을 보냈다.
7살 된 아이가 보낸 연하장 한 장, 마음에 감동,몸에 감동,생명에 감동이 일어나는 한해가 될 것이다.
(2016년 1월12일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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