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우리가 두 다리를 자동차 바퀴삼아 걸은 행로는...
* 버스를 타고 토정이지함묘 도착(설명듣기)9시30분 ㅡ 이지함묘 출발 ㅡ 보령화력발전소 도착 및 주변 둘러보기ㅡ 갈매못 성지 ㅡ 오천성(점심먹기) ㅡ 도미부인 사당 ㅡ 선림사 ㅡ 보령성(차로 이동) ㅡ 너른마당에서 마무리 명상과 백배서원
난 순례단의 막내 민기를 맡아서 손을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였다. 생명과 평화를 생각하면서 걷는 순례단에서 솔직히 나는 민기와 걸으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이모, 진아이모 하면서 함께 한 녀석. 저만치 앞서 가다가도 돌아와 내 손을 찾아 꼬옥 잡고.. 뛰어놀다가도 출발한다 하면 어느새 돌아와 내 손을 잡는 녀석. 정말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다.
궁금한건 왜 그리 많은지..
첫째, 한참을 걷던 민기가.. 힘들었는지.." 진아이모, 차타고 가면 되지, 왜 걸어. 힘들어 죽겠어.."
"니 말이 맞다 민기야, 그런데 오늘은 걷는 날이야. 옛날엔 걸어 다녔어. 차타고 가면 벌레 소리도 못듣고, 무슨 꽃이 있는지 자세히 보지도 못해, 그리고 민기야 한번 생각해봐, 왜 걷고 있는지..." 대답을 해주면서 나름대로 생각했다. 내가 걸어본지가 언제였드라
둘째, 갑자기 뜬금없이 묻는다. "진아이모, 누가 그러는데 시간은 멈출 수가 없데. 왜 못 멈춰?"
헉.. 정말 난해한 질문이었다. 나도 모르겠는데..단지 내가 한 말은.." 그러게 멈출 수가 없데, 멈추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멈출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이모도 잘 모르겠다." 민기는 모르겠다 했다. 민기야 나도 솔직히 모르겠다.
셋째, "진아이모, 그늘로 걸어가면 쉬운데 왜 자꾸 그늘만 피해서 가" 이상하게도 우리가 걸어가야하는 방향에만 그늘이 없었다. 차가 오는 것을 마주고보고 걸어야 더 안전하니까 말이다. 나도 8살짜리 민기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늘로 가면 얼마나 편할까... 순간 부끄러웠다. 아이스크림 생각이 간절히 나서 도미부인 사당 앞에서 쉴 때 울 정운스님께 문자를 보냈다. "스님, 아이스크림 탁발 좀 해주세요" 그러자 곧바로 스님은 "알았음"하시면서 한달음에 달려와주셨다. 울 스님 덕분에 나와 아이드은 그 어느 때보다 세상에서 제일 시원했던 아이스크림을 맛보게 되었다.
넷째, "진아이모, 배고파 밥은 언제 먹어?" , 글쎄, 이모도 잘 모르겠다. 12시에 먹지 않을까. 정말 걷는 것도 운동이라고 너무 배가 고팠다. 언제 먹을까 민기와 물 마셔가며 배고픔을 달랬다. 1시가 넘어서 점심을 먹는데 오천성 나무 그늘에 앉아 먹는데 김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민기와 함께 김밥을 먹는데 허겁지겁 두,세개씩 입에 넣는 민기를 보며 안쓰러워 물도 주고 천천히 먹으라고 어우르며 먹었다. 민기가 좀 지나 "이모, 나 여기가 막혔어, 너무 빨리 먹었나봐" 가슴 한부분을 손으로 만지며 막혔다 한다. 등을 살짝 두드려주며 물을 먹였다.
"민기야, 밥이 정말 맛있지? 담부터 집에서도 밥 잘 먹어"
다섯째, 백배서원을 하면서.."진아이모, 이렇게 해서 언제 백배를 다해?" 나 역시 백배를 하면 후다닥 절을 하리라 마음먹었는데, 음악과 함께 진리가 삶을 자유롭게 한다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첫 번째 절을 올립니다. 이러면서 한배, 한배를 올리는 것이다. 민기야 이모도 솔직히 같은 생각을 했다. 힘든데 언제 끝난다니.....
우린 솔직히 보령성에서 모든게 끝난 줄 알았다. 근데 백배서원이 남아있다는 말에... 아이들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절하고 나서 아이들과 나는 더 뜻깊어했고, 굳고 긴장했던 몸들이 풀리는 듯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여러 가지 끊임없이 물었던 민기였다. 대답을 해줘야는 마음에 대답을 찾느라 애썼지만..걷다보니 모르면 모른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같이 생각해보자 이야기하고..
참가한 청소년들 모두 대단하지만.. 8살 민기와 상호는 정말 대단하다. 힘들다 조금 보채기만 하고 15KM가 넘는 길을 어른과 함께 걸었으니..
어떤 부모가 아이들을 힘들게 밖으로 내보내겠는가? 민기보다도 더 대단한건 부모님이다. 가을이지만 날씨가 워낙 좋아 낮에는 정말 여름처럼 뜨거웠다. 그런 날에.. 집에서 공부만 시키지 않고, 위험하다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을 믿고 밖으로 보낸 것. 게다가 나를 믿고 보낸 것(^^;;) 만으로도 부모님으로서 대단하시다.
게다가 끝나고 나서.. 아이들을 보살펴 주셨다고 민기어머니와 아버님께서 우리들에게 최고의 맛있는 짜장면을 사주셨다. 아이들과 우리는 굶주린 배를 채우느라 정신없었지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끝으로 민기가 도법스님께 삼배를 올리며 마치었다. 예의를 아는 녀석이라고 칭찬도 받고, 참가했던 모든 사람들 가슴에 최민기라는 이름을 석자 아로새긴 녀석이다. 아침에 까불거려서 이모한테 등을 한대 맞아 미안하게 한 녀석이 너무 고맙다. ^^
글이 두서없이 너무 길어졌는데, 그만큼 얻는게 많아 몽땅 표현할 수 없어 아쉽다. 그렇지만 이것만은 말해드리고 싶다.
절에는 많은 보살님들,처사님들이 다니시지만, 이런 행사에 누가 신경을 쓰고, 참가하고, 아이들을 턱턱 내놓을지 한번 가슴깊이 생각해보셨으면 한다. 가슴으로 사는 아이들이 지식으로 사는 아이들보다 후에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당부드리고 싶다.
-
최부호
먼저 강진아 사무국장님께 지면을 통해 감사를 드립니다. 철부지 민기를 생명평화순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정운 스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생명평화 순례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의미있는 경험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순례를 통해 생명의 고귀함을 얻었고 평화의 소중함을 생각해 한 순례이었던 것 갖습니다. 앞으로도 이같은 행사가 있다면 아니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도 두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이번 순례단을 주관하고계신 도법스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를 드리며 이번 생명평화순례가 무사히 끝나기를 소원합니다.
18 년전 -
최민기
진아이모 고맙습니다......?
18 년전 -
정운
민기가 어쩜 생명평화순례단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화두를 던져 준 셈이고 청소년 지도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청소년들과 함께 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준 것 같군요. 아침에 민기를 보면서 걸을 수 있을까, 힘들면 연락해라고 말만 던지고 왔는데, 그 힘듬을 이겨 낸 그 녀석이 아이스크림 통을 든 나를 보고 제일 먼저' 스님'이라고 부르며 달려 오던 모습, 어른들은 쉬고 있는데 말이요. 함께 스스로 동참한 '버시'회원 '만다라'회원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공부보다 더 좋은 경험들이 살아가는데 좋은 윤활유 역활이 될 것입니다.
18 년전 -
황몽임
고맙습니다
18 년전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