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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곳은 농촌지역에 자리 한 조그마한 사찰이다. 여느 사찰과 마찬가지로 1년 중 가장 큰 행사가 부처님 오신 날이다. 1년에 한번 등불을 밝히기 위하여 오시는 분이 있는가하면 불자가 아닌 사람들도 와서 비빔밥 한 그릇을 비우고 가는 날이다.
이 날을 위해 나는 특별한 문화를 만든다.
현수막 내용부터 다른 사찰과 달리 한다, ‘부처님 오신 날 세원사에 가면 문화가 있다’
‘문화’에 초점을 둔다. 문화(文化) 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ㆍ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 의미로 보자면 부처님 오신 날 자체가 문화이다. 이 문화를 어떻게 전달하는가하는 것은 각자 사찰의 주지스님의 몫인 듯싶어 나는 게으른 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늘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나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늘 가장 쉽게 불교를 접할 수 방법을 모색한다. 세원사만이 갖는 부처님 오신날 문화 몇 가지를 소개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연등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1년에 한번 뿐인 날인데 손쉽게 비단 등 사서 달아 놓는 것이 아직 용납이 안 된다. 힘들지만 종이 연잎 한 장 한 장 풀어 꽃잎을 만들어 붙이는 방법을 선택한다, 전통 문화를 잊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부처님 오신 날 등 크기는 일정하다. 등 값을 많이 내는 사람이나 적게 내는 사람이나 똑 같은 등에 가족 수대로 이름을 적어 달아 준다. 이는 부처님의 평등사상의 문화이다.
셋째는 관내 애육원 원아들에게 특별한 외출을 시킨다. 주변 경양식 집에서 돈까스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이것은 보시 실천의 문화이다.
넷째는 부처님 전 관욕단 꽃꽂이는 여느 사찰에서 볼 수 없는 예술품으로 탄생이 된다. 나는 이 예술품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이른 새벽 서울 양재 꽃시장을 연례행사처럼 다녀온다. 그 날만은 마음껏 꽃을 위해 돈을 써본다. 아깝지 않다. 그리고 시골 꽃집에서 볼 수 없는 최상품으로 부처님 전에 작품을 만든다. 1년에 딱 한번 많은 꽃들이 부처님 전에서 변신을 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이것은 잠재되어 있는 나의 재능문화를 나누는 것이다.
다섯째는 의례적인 법요식이 끝나면 가족끼리 함께 참가 할 수 있는 체험 부스가 있다.
차 마시기, 연등 만들기, 단주 만들기, 만다라그리기, 부채에 부처님 얼굴 그리기, 즉석 사진 찍기(포토존), 팝콘 솜사탕 먹기, 도자기 만들기, 탑 만들기, 부지런한 불자님들은 집으로 돌아 갈 때는 뭔가 손에 하나씩 들고 간다, 자신이 체험한 아주 특별한 것으로, 한 동안 집안에 부처님 모신 듯 두고 신심을 돈독히 하는 신앙의 문화가 새롭게 대두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나는 이 재미로 주지 소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처님 오신 날만이라도 사찰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각 사찰만이 품을 수 있는 문화들이 있을 것이다. 주지스님의 새로운 변화가 부처님 오신날 특별한 문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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