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집
“스님 글이 올해의 마지막 수미산정 글이 될 것입니다. 이쯤에서 천수천안 독자들에게
한해를 잘 마무리 할 수 있는 귀감이 되는 한마디 남겨 주시길 바랍니다“. 원고 부탁을 하는 기자님은 내게 이런 주문을 해주었다. 전화 받기 전까지는 그날이 그날이라는 생각 이였다. 새삼 한 장 남은 달력 앞에 이렇게 무심 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12월 앞에 선 나의 마음을 더듬어 본다.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의 의미라고 하지만 마지막은 마지막이다. 마지막은 하나의 결과이고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한 매듭이다. 매듭이 없으면 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결과가 없다는 것은 성장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1월의 시작은 계획, 각오, 원력으로 시작을 하지만 12월은 그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에 참으로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 이유는 한해를 평가 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대나무도 매듭을 지어야 성장을 한다. 대나무에게는 매듭은 마디이다.
대나무가 부러지지 않고 몇 미터 씩 자랄 수 있는 이유는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마디는 속이 빈 대나무의 강도를 강화시킨다. 또한 대나무가 비바람에 꺾이지 않는 이유는 매듭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던 시작을 잘하는데 끝은 대충 얼버무리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
또 시작도 해보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 앞에 머물러 버리기도 한다.
일은 하는데 일주일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매듭을 지을 줄 모르면 늘 일상은 바쁘다.
바쁜 이유는 머리와 마음의 창고에 해결되지 못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대단히 복잡하다. 마음이 어지러우면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역량을 100퍼센트 발휘를 못하고 목표를 향해 달리지 못하는 것이다. 큰일이던 작은 일이던 그때그때 매듭을 지어 놓고 다른 일을 시작해야 덜 바쁘고 마음도 개운 할 것이다.
매듭이 없는 일은 이득이 없거나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경우가 허다하다.
매듭을 잘 짓는 사람은 바쁜 것 같지만 본인 스스로는 전혀 바쁜 것을 못 느끼고 일을 즐기면서 한다. 매듭이 확실한 사람은 어떤 고난을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일을 해내는 잠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매듭은 자신에게 성취감을 주고 경력이 되고 새로운 일을 도전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한해를 시작하면서 개개인이 세운 계획들이 있을 것이다. 이때쯤이면 모두 꺼내어 어떤 모양으로 매듭을 지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매듭을 짓지 못한 것들은 왜 그랬는지 그 원인을 살펴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원인을 찾지 못하면 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또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이다.
그 일상적인 삶을 변화 시키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매듭은 나를 다른 사람에게 알릴 때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많은 일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매듭짓지 못한 일은 어떤 성취감도 줄 수 없다. 12월, 나의 매듭의 결과표를 두고 새해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2014년12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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