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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승이 된다는것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10.24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728
내용

 

내가 사는 이곳 세원사는 올해로 창건 25주년이 된다.

 이쯤에서 뒤돌아 볼 때 무엇을 향해 정진 했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이것입니다” 하고 자신 있게 내 보일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왜냐면 누구든지 이정도의 승랍과 노력이라면 해 낼 수 있는 일들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쉼 없이 무언가 만들고 창조하고 경험하고자 하는 내 안의 에너지는 늘 곁에서 나를 채찍질하는 큰 도반 이였음 확신하다.

 

3년 전일 이다. 20년 가까이 청소년일을 함께 하는 나의 파트너가 딸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야 할 나이라 이곳에서 부모들이 선호하는 어린이 집 원서를 가져 왔다.

그 원서를 보는 순간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어린이집은 교회에서 운영하는 곳이었다. 대불련 출신에다 스님과 함께 일하는 가장 측근인 사람이 앞 뒤 생각하지 않고 우선 편하고 좋은 곳으로 딸아이를 보내겠다는 생각 자체에 무어라고 표현 할 수 없는 허탈감 때문에 나는 내게 수없이 반문 해 보았다.

20년 동안 내 파트너에게 불심을 제대로 심어 주지 못하면서 무슨 포교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더욱이 파트너의 대학시절 지도 법사도 바로 나인데, 내가 그에게 보여준 모습은 그냥 곁에 함께 일하는 스님밖에 보여 준 것이 없구나하는 심한 자괴감 때문에 며칠 가슴앓이를 했다.

그 결과 법회날 법문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인 교육의 부실임을 깨달았다. 교육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시킬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바로 불교 대학 이였다. 교구본사에서도 모집이 잘 안되어 힘들어 하는 불교대학, 정말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내심 있었지만, 스님이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본사의 격력으로 나는 용기 있게 뛰어 들었다.

 1년에 두 차례 3월,9월에 기본교육, 그 기본교육을 이수자 위주로 불교대학에 입학을 시키는 방법으로 3년째 불교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학기가 시작할 무렵에는 정말 피가 마를 정도로 애가 탄다. 시작은 했는데 인원이 없어 문 닫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에, 갖은 홍보를 한다.

 플래카드뿐만 아니라 전단지도 만들어 신문지에 넣기도 하고 또 집집마다 문 앞에 붙여주는 광고까지, 홍보비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하는 때까지는 해야 하고 한사람이라도 바르게 불교를 접하게 해준다는 원력 하나로 진행 하고 있다. 그렇다고 졸업한 사람이 모두가 세원사 신도가 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나는 그 마음을 비웠다, 그렇지 않으면 수행자의 본연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세원사 불교대학은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어 단언 할 수는 없지만 한사람씩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한 달에 한번 야간 법회를 만들어 소통을 하고 있다. 파트너의 딸 아이 덕분에 불교대학이 만들어 졌다. 그 아이는 교회 재단이 아닌 동네 아파트 어린 집을 다니다가 지금은 병설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파트너는 세원사불교대학 교학처장직을 맡아 홍보 기획 등 많은 일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불행하게도 내가 사는 이 지역에는 불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유치원이 없다. 불자 아이들에게 갈 곳도 마련하지 않고 교회재단으로 보낸다고 나무랐던 것이 못내 미안하기도 하지만 빨리 내 말의 뜻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접어준 파트너가 나의 스승인 것이다.

살아가면서 예기치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작은 깨우침이 삶의 큰 방향을 바꿀 때가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한 것은 스승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곁에 있다는 것이다.

 

(불교신문 2014년10월25일자 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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