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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름을 디자인 하다

작성자
정운
작성일
2015.10.16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834
내용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통용되는 이름이 있다. 누가 어떤 필요에 지었던 그 지어진 이름으로 우리는 기억하면서 존재감을 인식하게 되고 소통을 하게 된다.

10월17일 수덕사 선미술관 초대로 생애 처음 도예 전시회를 갖는다.

 

수행 틈틈이 점토를 통하여 생각을 표현한 결과물을 대중들 앞에 선보이는 것이다. 나는 내 손사위로 만들어진 작품들에 특별한 이름을 붙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점토 자체를 나는 즐겼을 뿐 그것을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시회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도자기는 점토에 따라 또 불의 온도에 따라 토기, 도기, 석기, 자기로 분류한다면 도예는 이런 도자기에 작가의 생각을 넣은 창작품, 또는 공예품이라 할 수 있다. 창작은 시작되는 ‘새로움’이다. 그 새로움은 때로는 놀라움으로 때로는 감동으로 무한변신하여 대중들의 마음에 각인이 된다. 또한 깊은 통찰력의 바탕위에 새롭게 태어나는 창작은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이다. 전시를 할 때 어떤 작가는 도자전이라고 하고 어떤 작가는 도예전이라 한다. 단순한 도자전이냐 아니면 도자 공예전이냐 하는 것이다. 나의 작품들은 흙으로 가능한 공예품이라 할 수 있다. 미세한 점토로 수행으로 다 표현되지 못한 가능성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흙을 접하게 된 큰 동기이기도 하다.

 

전시회에는 작가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큰 주제가 필요하고 그 주제 밑에 함께 어울려지는 작품들의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전개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작품명 즉 이름을 지어준다. 작품과 작품명이 어울려졌을 때 하나의 이야기가 탄생이 되는 것이다. 어떤 작가는 먼저 작품명을 정해 놓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경우가 있고 어떤 작가는 작품을 만들어 놓고 작품명을 짓는 경우가 있다. 나는 후자에 해당한다.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이름과 속살까지 디자인 한다. 이번 전시회에 선 보이는 40여점에 이름을 디자인 하는 일은 만드는 일 만큼 녹녹치 않았다. 어떤 이름을 디자인 해주어야 작품을 보는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또 하나의 어려움 이였다. 이름을 디자인 하고 또 작품 하나하나 생각을 정리한 글들을 넣어주니 마치 작품이 살아 있는 것처럼 내개 말을 걸어오는 듯 했다.

 

흙을 만지고 성형하는 것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마음 밭에 생각이라는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마음 밭에 잘 뿌려진 씨앗들은 고온의 불에 의해서 각각의 다른 모양으로 색깔을 품으며 새롭게 태어난다. 그 본성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도예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수행자의 여정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수행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갈무리 되어지는 모양의 결정체이다. 그 결정체에 이름을 디자인 해주는 일은 둘이 아닌 하나가 되기 위한 끝없는 구도의 길이다.

 

김춘수의 시 ‘꽃’이 말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2015년 10월17일자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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