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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도 되요
나는 청소년지도사 10명과 함께 일을 한다. 이들 중에는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신도품계를 받은 지도사도 있지만 기독교인도 있고 종교개념조차 없는 지도사도 있다. 입사를 하는데 반드시 불자여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왜냐면 공익사업을 위한 위탁단체이지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입사 1년차는 일을 배우는데 급급하고 2년차는 어느 정도 응용하는 모습이 보이고 3년차가 되면 일에 탄력이 붙는다. 그때쯤이면 능률적인 일의 성과를 기대하는 단체의 입장과는 달리 젊은 지도사들은 이직을 꿈꾼다. 사람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는 사표를 수리할 때마다 스님이면서 직장 상사로서의 멘토역할을 다했는지 반문해본다. 함께 하는 동안 권위적이고 엄숙한 모습보다는 친숙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애써 노력한다,
작은 것이지만 개개인의 생일이 되면 선물도 챙기고 케이크도 챙기며 함께 공양을 하면서 축하를 해준다.
얼마 전 한 직원이 자기 생일이니 점심공양을 사무실에 나와서 하라고 문자를 보내와서 그렇겠다고 답신을 보내 놓고 잊었다. 선물을 챙기는 것도 케이크를 준비 하는 것도 말이다.
뭔가는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지갑을 열어보니 오만 원짜리 상품권이 보여 봉투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나는 그 지도사에게 상품권을 준 연유를 말하면서 자취생이니 반찬이라도 사 먹으라고, 지도사는 내 말을 듣고 약간 어아해하면서 내 눈치를 보더니, “스님 솔직히 말해도 되요” 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 연유는 반찬을 사먹을 수 있는5만원이 아니고 5,000 원짜리 상품권을 주었던 것이다. 밤새 고민 했다고 한다. 스님께서 주신 이 5,000 원의 의미가 무엇일까, 평소 스님의 성품을 보아서는 5,000원의 상품권을 생일선물로 주실 분이 아닌데 나에게만 특별이 주는 이 메시지가 뭘까 무척이나 고민했다고 했다.
나는 순간 아차 했다. 일전에 5만 원짜리 상품권을 사용하고 남은 잔액을 5,000 원 상품권으로 받아 지갑 속에 있었다는 것 까맣게 잊고 그것이 5만원이라 착각하고 준 것 이였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한바탕 웃었다.
어제의 네가 받을 생일복은 5,000 이였나 보다. 그렇다면 오늘 받을 복은 5만원이구나 하면서 나는 그 자리에서 5만원의 축하 금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부정적인 시각으로 고민하지 않고 분명 깊은 뜻이 있을 것이라고 혼자 고민하면서 긍정적으로 대화를 풀어 주었던 것이 참으로 고마웠다.
이럴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용기 내어 말하기 보다는 그냥 가슴에 묻어 혼자 끙끙 걸리며 갖은 추측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다.
함께 하면서 고운 마음, 위하는 마음, 아름다운 마음을 만들어가는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솔직함이 지나쳐 상처를 내는 일도 있겠지만 문제의 핵심을 흩트리지 않는 범위에서 자기 생각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밝히고 상대가 판단 할 수 있는 여운을 주는 것은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고 성공시키는 에너지라 할 수 있겠다.
(2014년 11월22일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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