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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각차이

작성자
정운
작성일
20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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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조회수
612
내용

생각차이

 

11대 전국비구니회가 출범하면서 전국에 17개지회가 구성이 되었다. 지회가 구성이 되는 것은 중앙집행부가 할 수 없는 세심한 부분들을 지역의 특성을 잘 아는 지회장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추진 된 것이라 본다. 나는 충남 지회장 소임을 맡게 되면서부터 지회장으로서 할 일이 무엇인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책임감이라고 할까, 아니면 성격 탓일까,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해야 할 일인가 많은 고민을 하고 타당성을 따진다. 시작을 했다면 개인적으로 다소 불평함 있어도 전체의 흐름 속으로 맡기는 편이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 내게 주어졌다면 기쁘게 바쁘고 즐겁게 지치자는 것이다.

그래야 일이 만들어 진다.

수년간 충남비구니회가 존재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제로는 무엇을 어떻게 활동을 했는지 아무런 토대가 없다. 이러한 시점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일부터 시작을 할 것인가, 이름만 가지고 시간 가는대로 맡겨 둘 것인가, 아니면 11대 충남지회장으로 정말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메뉴 얼을 만들어 줄 것인가, 고민 한 끝에 내린 결론은 아주 단순한 것 이였다. 시간 나는 대로 한 분 한 분 찾아뵙는 일이다. 비구니 역할을 알리고 설득 아닌 사정으로 열심히 발품을 팔아 밑거름을 만들어가는 길 밖에 없다는 생각에 요즈음 바삐 움직이고 있다.

모두가 나의 이런 움직임을 환영하는 것이 아니다.

전화자체부터 거절을 하기도 하고 겨우 통화가 되어 찾아 가보면 종단에서 해준 것이 무엇이냐 비구니 회에서 해준 것이 무엇이냐 따지는 분이 있는가 하면, 후원은 하되 입회원서자체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거부하는 분들도 있다. 각자 알아서 살면 되지 굳이 이런 것이 왜 필요 하느라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마치 내가 무엇을 구걸하러 온 것처럼 대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열심히 하라고 격력도 해주시고 다른 사찰까지 소개도 해주시면서 여비까지 챙겨 주시는 분도 있다. 다 생각하는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은 없다고 본다. 그저 생각의 차이 뿐이다.

한 분 한 분이 요즈음 내게는 큰 스승이다. 공부가 어디 멀리 있겠는가,

화엄경 입법계품에 보면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53명의 선지식을 찾아다닌다.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나서 십대원 (十大願)을 듣고 그 공덕으로 아미타불의 국토에 왕생하여 입법계(入法界)의 큰 뜻을 이루었다는 내용처럼 내게 이런 소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무슨 목적으로 충남지역의 사찰의 부처님과 스님들을 뵐 수 있었겠는가,

부처님께서 또 다른 방편의 수행으로 나를 일깨워 주시는구나 하고 겸허히 받아드리고 있다.

들어가는 절 초입부터 처소인 방에 이르기까지 한분 한분들의 마인드를 통해 나는 내 고집에 빠져있는 나 자신을 무수히 흔들어 일깨우는 치유의 작업도 만만치 않게 하고 있다.

어떤 일을 추진하던 추진하고자하는 사람과 그 추진을 따라가고 자하는 사람, 그 생각의 괴리는 어디든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제도 안에서 문제를 제기 하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고 제도 밖에서 자기 생각을 토해내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우리는 제도 밖에서 나의 주장을 토해내기 전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나의 고집과 자만을 버리고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 본다면 생각의 차이쯤은 충분히 좁혀 갈수 있을 것이다.

(2016년7월20일자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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